화이트 골드로 된 심플한 디자인의 체인에 자그만한 메달 가운데 연보랏빛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었다..뒤에는 KJH 이렇게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역시 주하가 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었다...
유일하게 찬성이가 아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구나..정말...너 애 아빠 안밝힐꺼야??
혹시 유부남이었니?? 그래서 여기로 도망쳐 온거야??
어쩜.....그럴지도.....모르지.......그만해 언니 찬성이는 아빠에 대해서 모르는게 좋아...
그래 알았다....한찬성....이모 간다...빨리와.....
그러던 어느날 밤 자다가 우는 소리에 할머니와 혜인이가 놀라서 깼다..찬성이가 가슴을 잡고 아프다고 울고 있었다...얼른 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그곳에서는 잘 모른다면서 더 큰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언니...어떻해.....
어..나도 어떻게 해야할지...일단 이곳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른다고 하니깐..가자...서울로...
싫어...
이 바보야..너 찬성이 이렇게 아픈데 뭐가 두려워?? 찬성이 아빠 만날까봐 두려워???
그건 다음 문제야..얼른 가자..내가 구급차 불러놨어...이럴땐 발 넓은게 좋다니깐....가자...
이렇게 스물셋 여름에 떠나온 서울을 스물여섯 여름에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내 동기들이 여기 저기 대학병원에 많잖니...이 언니만 믿어바...그래도 좀 큰데로 가야지...
언니의 도움으로 대학병원 소아과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정밀 검사를 위해서 좀 지켜봐야한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서..
언니...미안해..휴가를 우리때문에 망쳤네...
바보야..울지마...엄마는 강한거야..너 찬성이 낳을때 그렇게 힘든 고비도 넘겼는데..이쯤이야..
괜찮을거다..걱정마라..우리 찬성이는 강해...뭐 그리고 내가 휴가 어디 좋은데라도 가든??
맨날 너네 가족이랑 물놀이나 가고 그랬지뭐..이번 휴가도 너랑 찬성이하고 함께 보내서 기분좋다..
아..한 찬성 결과 나왔습니다..
선생님 어떤가요???
아참....참 희귀병이예요..
그말에 혜인이가 휘청했다.다행히 언니가 잡아줘서 쓰러지진 않았지만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희귀병이긴 하지만 목숨에 심하게 지장이 가는병은 아니예요...국내에서도 환자가 몇 명
없는걸로 아는데..혹시 어머님이 아니시면 아버님이 환자일 가능성이 큽니다..맞습니까??
네?????
이게 유전 되는 병인가요??선생님....이렇게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병인가요??
네...그게 살아가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가끔 심하게 충격을 받거나 흥분을 하게 되면
가슴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지요..최대한 안정을 취해야하는 병입니다..그때마다 통증을 줄여
주는 진통제를 먹어야 하지요...이 병에 대해서 아직 연구중에 있는데 원하신다면 그쪽 병원을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설마 아이를 데리고 연구를 하는건 아니겠죠??? 아직 아인데....걱정마 혜인아...
국내에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하지만 연구보다는 그 병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지요..
아이가 자라는데는 큰 지장이 없을겁니다...현재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몇가지 주의 사항만 지켜진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병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겼다...그곳 병원에서는 중년의 교수님이 연구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혜인이는 이 병원을 자주 다니게 되기가 두려웠다...혹시라도 이 병이 유전이라면 언젠가 주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 선생님 혹시 환자가 국내에 몇명이나 있는지요..그리고 정말로 이게 유전인가요???
아 찬성이 어머님...국내에 많지 않아요...혹시 찬성이 아버지가 이런 적이 자주 있었나요??
저....아니요...그런적 없었어요....사고로 세상을 뜬거지 그런 병은 없었어요,,,,,그런데 혹시 환자 중에
20대 후반 남자도 혹시 있나요???
어....없습니다..왜 그러시는지요????
아..아니예요...그럼 주의 사항과 약은요..
아직 어리기때문에 통제가 어려울 뿐 아니라 사는 곳이 지방이라서..걱정이 됩니다...자주 와야하는데
찬성이가 많이 힘들것 같은데...그리고 약은..진통제라고 할 수 있는 스프레이식이 있습니다..효과도
빠르고 이 병은 너무 갑작스럽게 오는거라서 캡슐이라던가 정제보단 이게 좋지요..
라고 말하면서 보여준 작은 구강청결제같이 생긴 약..순간 혜인이는 윤매니져가 주하 입에 뿌렸던 것을 기억하고는 숨이 멎어버린것 같았다..그약이 바로 이것이었다..혜인이는 찬성이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는 수 없이 혜인이는 고향에서의 삶을 접고 찬성이를 위해서 서울로 다시 올라오게 되었다..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힘이 들고 벅찼다..찬성이의 병과 어디선가 마주칠지 모르는 주하를 피하기 위해서...
할머니 많이 힘들지..?.우리 때문에 할머니가 넘 고생이 많아서 미안해...할머니...
혜인아..넌 찬성이 때문에 이렇게 오기 싫어하던 곳에 다시 오게 된게 힘드니?? 아니잖니..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는게 부모 마음이다...나 또한 그런단걸 너도 잘 알면서...이 할미는
너랑 찬성이만 있다면 거기가 바로 낙원이란다..알았니..?
할머니의 말씀에 혜인이는 힘을 얻었다..그리고 고향에서 과외를 하면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학원 강사를 하게 되었다..대학 중퇴이긴 하지만 실력을 인정한 학원에서 혜인이를 기꺼이 받아 주었다..
될수 있으면 학교와 메리어트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혜인이 가족은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네가 한찬성이구나..너 이름 멋지구나...
응...멋쩌요...
찬성아 네..그래야지...선생님한테...
아니 괜찮아요..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저는 장은호라고 합니다...교수님이 자기는 나이가 많아서
조금이라도 젊은 저보고 멋진 찬성이를 돌보라고 하셔서요..오늘부터 제가 찬성이 담당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혜인이에게 인사를 꾸벅하자 옆에 있던 찬성이도 인사를 꾸벅했다..그모습에 둘은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한참을 웃었다...그리고 나서 찬성이가 치료에 들어가자 둘만 남게되었다..이 어색함이란...
저...찬성이 어머님...
네??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합니다만..찬성이 아버지는 언제...
아..네..
아니 제가 너무 실례가 되는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어..찬성이 치료 잘 받고 있나 가볼까...
그 분은 찬성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줄도 모르고 떠났어요...
장선생은 정말 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고 어쩔 줄을 몰라서 안절부절했다..그 모습을 본 혜인이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면서 장선생을 풀어 주었다..장선생도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할미...나 병원 선생님 멋져..할아버지 아니다...
오 구랬구나..할아버지 선생님 어디 가써??
몰라..나보고 멋지다 해써...선생님도 머찌다...
으흐...우리 찬성이 선생님 멋있었어?? 아 그 교수님이 찬성이 편하게 치료 받으라고 선생님을 젊은분으
로 바꿔주셨어요...
너도 멋지든??
할머니...~~!!
알았다..알았어..
아 참 그리고 할머니 나 오늘 학원 회식 있어서 조금 늦을지도 몰라...죄송해요..
우리 찬성이 이 할미하고 코 자자..엄마 일 하고 늦게 온단다..
학원에서 회식을 하고 2차로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하고 맥주를 마시러 갔다...
혜인이..한혜인이너 맞지???
어??............................................무...무영아....
야....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뭐야...뭐냐구...나랑 소윤이 가슴에 못박고 넌 이렇게 태평하게 뭐야..
아 선생님들 죄송해요...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났네요...하하하....
이렇게 무영이를 끌고 나와서 조용한 곳으로 갔다...
미안하다..갑자기 할머니가 편찮으셔서...미안해...소윤이도 잘 지내지??
그동안 서울에 있었던거야??? 소윤이..곡기도 끊고 난리도 아니었다..너 머냐구
아니야..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서...다시 일이 생겨서 올라온지 얼마 안됐어...미안해...정말..그리고
반갑다..친구야......
너...그동안...힘들었구나...울지마...그러게 왜 연락은 끊어...바보야...우리가 그냥 친구야?? 그런거야??
그 때 벨소리가 들렸다..
-엄마........-
뭐??엄마??너 뭐야???
- 어 ...찬성이 아직 안잤어?? 엄마 목소리 듣고 자려구??-
-응...엄마 잘자...찬성이 잔다...코....-
-그래...잘 자...-
너.....결혼한거야?? 찬성이??? 아들이야?? 축하한다...고 해야하는거냐?? 뭐야...?? 너 결혼 때문에
우리랑 인연 끊었던거야?? 왜 그래??
아니야...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그래서 그런거야...무영아 널 봐서 너무나 좋다..소윤이는 뭐하고
지내는 거야??
몰라...자세한건 만나서 물어봐...나 완전 놀랬다...청심환 좀 사와라.....헐....
이렇게 다시 삼인방이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되었다..사인방이 되어서...
혜인아...너 정말...이 아이가 찬성이???? 예쁘다..근데 낯이 좀 익는데...???
바보야..혜인이 아들이니깐 낯이 익지...바보...야 봐라..날 보고 웃네..뭐야 사내자식이 오른쪽 볼에
보조개 들어가는거 봐라...일루 와 삼촌이다..삼촌...
하하하...그러게...날 닮은거지...소윤아..참...사내자식이 보조개가 있어서 참...하하하...
근데 한혜인...애 아빠는???
어?
그러게..아빠는 뭐하는 사람??
이렇게 갑작스럽게 우릴 떠날만큼 사랑한 네 신랑은 뭐하시는 분이냐고...
우리 찬성이 세상에 태어난 줄도 모르고 떠났어...
둘은 멍하니 혜인이를 쳐다봤다...한동안 셋은 아무말도 없었다...
그래...그랬다쳐...그럼 아빠가 누구야?? 우리가 아는 사람이야?? 찬성이가 3살...3월생이면....
몰라..그만 물어라..소윤아...혜인이 맘도 좀 헤아려 줘야지...가심을 후려파야 속 시원하겠냐??
나도 몰라...알건 알아야지...너 내가 아는 한혜인 행적 다 아는데..우리 여름방학 초네...뭐야 너
니가 언제 연애다운 연애 해봤어?? 누구야?? 혹시 과대선배야?? 그 선배 너 좋아했잖아...아냐..
그 선배 지금 대기업 다니고 있잖아...없어..그럼 혹시 윤매니저님?? 아니야..그분..그분은 그럴분
아니고...지금 결혼해서 잘 사시고 계시고....
어...매니저님 결혼하셨어?? 잘되셨다..
이 밥통아...니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니가 그 누구??은희 언니?? 매니저님한테 말해줬다면서
그래서 둘이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근데 넌 뭐야??? 이게..그 잘나가던 한혜인이가..이게 뭐냐구?
그만해...소윤아...이제부턴 우리가 돌봐주면 되는거잖아..뭐가 그렇게 난리야....
너희들이 내 걱정 얼마나 했는지 알아...나도 너희들 보고 싶었어...그냥...더이상 서울에 있기가 싫어
져서...너희들이랑 연락하면...더 힘들어질까봐..못했던거야..미안해....그리고 고마워...
학창시절로 돌아가듯이 셋은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언제나 함께 했다...그리고 찬성이가 4살이 되어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와....찬성이 입학하고 왔구나...더 멋있어졌는데..자 이건 선생님 선물.....
한찬성...그냥 받으면 어떻해...고맙습니다..해야지....
네네...고맙...슴당...헤헤헤
이렇게 신경써줘서 감사해요..선생님...
아뇨..찬성이를 보면 제가 기운이 넘치게 되요..치료도 너무나 잘 받고...커가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좋네요...날마다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요....
네??? 선생님...
아니 말이 헛나왔어요....
아...네...
장선생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심호흡을 하면서 혜인이를 쳐다봤다..
찬성이에게 다시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으세요??
네???
저 전 제 앞가림도 못하는 바보로만 생각했었는데...찬성이를 보면...곁에서 제가 지켜주고 싶어져서요.
제가 많이 부족한건 알지만...찬성이 아빠로 살고 싶습니다...
죄송해요....전.....찬성이 아빠는....제가 필요 없어요...
압니다...찬성이 친부라는 사람이 무책임하게 두사람 곁을 떠나서 더이상 찬성이에게 아픔을 주고 싶지
않은 혜...인씨맘...하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건....
죄송해요..이만 가볼께요...
혜인이는 주하곁을 떠난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주하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주하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주하 앞에 나타나고 싶은 마음도...자신에게 똑같이 생긴 분신이 지금숨쉬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하지만 이미 주하는 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터..모든 생각을 접고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와따...
가끔 찬성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장선생이 찾아와서 아이들 건강검진도 해주고..찬성이와 놀아주기도 했다..
찬성이는 좋겠다...아빠 친구가 와서 아빠 대신에 놀아주고...
네....
혜인이는 찬성이에게 아빠는 저 멀리 외국에 가서 돈 많이 벌어오시느라 못오시는거라고 이야기 해줬었다..그래서 장선생도 아빠 친구라고 속이고 자주 어린이집에서 찬성이와 놀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