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럼 시끌벅적한 곳에서 저녁은 먹었으니...이젠 조용한데서
한잔 하고 갈까? 어때? 형?
어?? 어...그러자..
뭐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거야??
아니다....가자...
둘은 자주 가는 바에 들러서 간단하게 맥주 한병씩을 마시기 시작했다.
너...정말 안 가볼꺼니?
그렇게 못되게 굴었었는데...지금 가봤자....또 상처만 줄텐데...
뭐야..? 너 지금 루이스 서울에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 건 아니지?
글쎄.......루이스....혜인이...내가 너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
뭐?
아니...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너 혜인씨 못 믿니?? 그런 생각 같은건
할 줄 모르는 여인이잖니...
뭐야?? 아직도 우리 혜인이를...??
이보세요! 강주하 동생!! 난 제수씨로 맘 정한지 오래됐네....그리고 나에겐...
뭐....뭐야...?? 그 미소...서선생님 생각하면서 나오는 표정이야??
돌부처인줄 알았는데...역시....사랑을 하면 다 변하는구나...흠...
내가 할 말이다...그렇게 사랑에 대해서 잘 아는 강주하가....아직도
이러고 있다니....가봐...혜인씨도 얼마나 보고 싶겠니.....
가....도...될까? 형??
은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하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오후 강이사와 민아는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빠른 비행기는 없었니? 뭐야..자리도 비좁구...
엄마...우리 이제 돈 없어...그리고 어제 말한건데 비행기가
우릴 위해서 자리 남겨두겠어??
그래..알았다...뭐 한시간도 안 타니..참지 뭐.....
그런데 엄마....거기 가서 뭘 어쩌시려구요??
나도 몰라...
엄마...
시끄러!! 도착하면 깨워...어제 잠을 못 잤더니...피곤하다...
그 시간 혜인이 가족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찬성이 좋겠다..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외출하고..
네..좋아요...
같이 가시자니깐요...여사님....
아이고...전 시장이 좋제 백화점은 별루예요...글고 지가 간다고
뭘 알것어요?? 전 집에서 걍 있을텐께 댕겨오세요...
그럼 일 하시지 마시구....푹 쉬세요...알았죠??
예.....작은 사모님 걱정마시고 댕겨오세요...
수연과 혜인이 그리고 찬성이는 백화점에 출산용품을 사러 갔다. 그리고 강이사와 민아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오래간만에 왔으니 좀 쉬었다 가자...피곤하기도 하니
그럼 엄마 짐은 호텔에 두고 갈까?
호텔은 어디니?
저......굿.....
뭐야?? 거긴 특급이 아니잖아...너 뭐하는 애니?
엄마....말했잖아...지금 우리 제주도 오는 것 자체도 무리야...
그래...알았어..그만해라..머리 아프다...가자...
일단 두 사람은 호텔로 가서 짐부터 풀었다. 그리고선 곧바로 수연의 집으로 쫓아갔다.
여기니??
어..우와....여전하네...어렸을때랑 똑같아..
뭐야?? 이거 완전 운동장이잖아..아주 제대로 뜯었군..
엄마....정말 싸우러 온거야?? 제발 그만 돌아가자...
민아는 더 이상 자신들이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서 강이사를 말렸지만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강이사는 입가에 독만 잔뜩 품고 있을 뿐이었다.
문 열어...!! 빨리 열라구..!!
누구시데요??? 누가 남의 집 문짝을 부서지게 한다요? 웨매..
김여사는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강이사와 민아를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을 모르기에 잠자코 있었다. 강이사는 김여사를 밀치고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딧어? 민수연?? 민수연 나와!!
아니...남의 집에 불쑥 찾아와서는 뭐 하신데요???
뭐야?? 아줌마는?? 민수연 어딧어??
저..혹시 민..수연씨 이사갔나요??
민아가 조심스럽게 김여사에게 물었다. 김여사는 시치미를 뚝 떼고 이사갔다고 말하려던 찰나...
저거....전에 오빠가 아끼던 골동품이야...여기 맞아..어딧어! 민수연?
지금 외출 중이신데..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소란을 피우신다요?
뭐야? 당신은? 이집 하녀야??
김여사는 호텔에 있을때부터 들어오던 강이사의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굉장히 기분 나빴다. 울컥하는 마음에 쫒아내고 싶었지만 그래도 사장님의 동생이기에 입술만 깨물었다.
어디 갔는지 왜 말 안하는거야? 갑자기 벙어리라도 된거야?
잠깐...외출 하셨습니다...
그럼 곧 돌아오겠네..아줌마 나 물 좀...
여전히 무뢰하기 짝이 없는 강이사였다. 하지만 물을 가져다준다는 핑계로 수연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수연은 혜인이와 찬성이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어머니..집에 누가 왔데요?
어...강이사가...
그 사람이 왜요?
글쎄다....
혹시 저 때문에....?
아닐거다..사장님께 버림 받고선 화풀이 할 곳을 찾은거지...
어머니..
혜인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수연은 혜인이를 다독이면서 애써 웃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하자 두 사람은 차 안에 있으라고 했다.
준수씨...두 사람 좀 부탁드릴께요....
사모님.....
걱정마세요....우리집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그렇게 말하고선 집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서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사람은 독기가 서린 눈을 하고 있는 강이사였다. 강이사도 수연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게 누구신가? 여기 조용히 숨어서 이렇게 잘 지내다니...
깜빡 속을뻔 했지 뭐야??
무슨 일인데 주인도 없는 집에 들어와서 이렇게 소란이지?
외숙모...잘 계셨어요?
누가 니 숙모라는거야?
수연이 민아에게 다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하기도 전에 앙칼진 목소리로 강이사가 소리쳤다.
엄마..그만 하라구..
너..우리 오빠 잘 꼬시더니 이렇게 잘 꾸며놓고 사는거야?
도대체 얼마나 빼돌린거야??
말 조심해! 강인숙!
민수연! 네가 우리 언니 자리 차지하지만 않았어도 우리 주하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고..나도 이렇게 비참하게 되지 않았을거야!
모든게 다 내 탓이라는 거니? 네 잘못은 하나도 없는거니?
그래..모든게 너 때문이야!! 너만 우리 집안에 안 들어왔어도...
강이사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선 탁자위에 놓여있던 컵을 현관으로 던져버렸다. 그 모습에 모두들 놀라서 멍하니 서있었다. 여전히 강이사는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분해하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못 배워 먹은 짓이다요?? 네??
뭐..? 하녀 주제에....뭐라고?
얌전히 오빠 밑에서 계시믄 모든게 잘 됐을건디....뭐 땜시 그렇게
욕심을 부려서 버림까지 받은거다요?? 어이 거기 딸..언능 엄마
모시고 돌아가시게...시방 우리 작은 사모님 안정취해야한디 자네
엄마가 이렇게 버티고 있으면 부사장님께 알리는 수밖에 없네..
뭐가 어쩐다구? 감히 누구한테 명령이야?
나가 호텔에 있을때부터 싸가지 인 줄은 알았지만서도 뭐..이제는
나도 호텔서 나왔고 당신도 사장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닌께 어디
나이도 비슷한것 같은디..해볼까?
김여사는 입고 있던 옷의 팔을 걷어 붙였다. 어이 없어하는 강이사를 민아가 가자고 끌었다.
김여사님...그만 하세요..
아니 사모님은 억울하지도 안으신다요? 저렇게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고 있고 지금까지 얼마나 당하셨다요....
야! 너! 그래? 우리 호텔 쓰레기나 줍고 다니던 주제에..어디 감히??
이보쇼...지금 나랑 레베루는 비슷하게 보인디..그만 하고 얼른
사라지는게 좋을거요..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 하기전에...
민수연....뭐야? 넌....이미...내 출생...알고 있었던거야??
지금와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니? 내가 항상 이야기 했잖니....사장님..
널 아끼셨다고...하지만 넘어선 안 될 선은 꼭 지키라고....
흥..건방지게....이미 알고 있었다 이거지? 건방진 것 같으니라구..
나 수연이하고 할 말 있어서 온거니깐 아줌마는 좀 꺼져줘..
강이사는 김여사를 손으로 거칠게 밀어버렸다. 그러자 김여사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너 지금 무슨짓이니? 김여사님 괜찮아요?
워매...예...괜찮아요...흥 그래도 난 우리 엄니 아부지 본은 아네..
강이사님?? 아신다요?? 우리 사장님..사모님 짠해서 어쩐다요...
뭐..뭐야?? 뭐 이런게 다 있어?
강이사는 일어서는 김여사에게 다가가서 손을 뻣었다.
아..이거 놔! 넌 또 뭐야??
강이사의 손목을 꽉 잡고 무서운 눈으로 노려 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준수였다. 팔을 잡아 빼려고 안간 힘을 다 해 보았지만 절대로 놔주지 않은 준수였다.
너 깡패야? 이 손 못 놔? 경찰에 신고 하기 전에 얼른 놔..
그 경찰...제가 먼저 불렀습니다..가만히 계십시요..
저..저기요...저희 이만 가볼테니 저희 엄마 손 좀....놔주세요..
민아가 준수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서 말했다. 그제서야 준수도 강이사를 놔 주었다.
아...이런....뭐야? 민수연 주위에 깡패들하고 사는거야?
다 좋은 사람들이야...오늘 네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서 그런거야..
민아야..그만 엄마 모시고 돌아가렴....
죄송해요..외숙모...
너 그 외숙모 소리 그만하지 못해?
엄마도 이제 그만해요...정말 나도 못 참겠어....
민아는 더 이상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강이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가던 길목에서 둘은
혜인이를 만났다. 그 모습에 모두들 놀라서 얼른 밖으로 나왔다.
어....어디다 꽁꽁 숨겨뒀더니만...여기서 이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었네??
엄마..그만 가자구..
이거 놔! 건방진 계집..그래 나 쫓아내고 우리 주하 껴안으니 기분이
어떠니? 감히 더러운 핏줄을 우리 강씨 가문에 들이다니....
죄송하지만 그 말씀은 못 들은걸로 해두죠.안녕히 가세요...
뭐라구?? 건방지게 감히 내가 한 말을 받아쳐??언제까지 네가
그렇게 당당할지..두고 보자...이거 놔..갈테니깐...
여전히 조마조마한 얼굴로 민아는 강이사를 이끌고 갔다. 다행히 아무 일이 안 생기자 모두들 혜인이 곁으로 뛰어왔다. 김여사는 좀 전에 강이사가 던진 유리잔 파편들을 깨끗이 치우고 있었다.
어머니...괜찮으세요??
너야말로 어떠니? 강이사가 무슨 말이라도....
아니요...별 말 안했어요..들어가세요...
찬성이는 잠든 모양이구나..벌써 밤이 되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