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情人 2013. 6. 3. 01:45

           네가 여기까지 오고 또 무슨 일이지?

           당연히 대표가 부하직원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거 당연한거 아닌가?

여전히 건방지고 무뢰하기 짝이 없는 유리의 태도에 승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백화점이 어떻게 돌아가는 정도는 내가 알아야 하지 않겠어?

           왠 일이지? 넌 오직 강주하 그 사람 생각 뿐인 줄 알았는데...

           그래 말 잘했어...넌 도대체 내가 시킨 일은 하나도 못 끝내는구나??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아...더 이상 너에게 맡기고만 있을 수가

           없어...그런데 너에게 이 백화점도 맡길 수 있을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

           뭐라구? 날 이용해 먹을대로 이용해 먹고 필요 없으니 버리겠다??

           그러길래 내가 내 말 잘 들으랬잖아...난 말귀 못 알아먹는 애들은 질색이야..!!

승희가 기가 막혀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밖에서 김비서가 전화기를 들고 들어 왔다.

           뭐야?

           회장님 전화십니다..

           뭐??

갑작스럽게 당황하는 유리의 모습에 승희가 귀를 쫑끗했다. 유리는 여전히 당황한 채 전화를 받아 들었다.

           -네....아...아버지............네?? 무슨......아....아닙니다...아니예요...

            네.....잘 하고 있어요.....아니..제가 무슨 일 때문에 그 곳을 건드리나요...

            아......아닙니다...죄송합니다....네.........네................네...........-

유리는 앉지도 못한 채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날카롭던 태도는 어디로 사라지고 예전의 유리의 모습 그 자체였다. 승희는 숨죽이며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다. 드디어 통화가 끝나자 유리는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쇼파에 주저 앉았다.

            너 답지 않게...왜 네 양아버지는 무서운가 보지? 그래도 널 예뻐하니깐

            너에게 우리 백화점까지 주고...

            시끄러워....내 심기 건드리면 너부터 내가 없애줄테니...넌 잠자코 있어!!

하지만 승희에게도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비취기 시작했다.

           그래..그럼 이만 나가줄래?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 있어서...일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승희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유리에게 문을 열어 주면서 말했다. 이번만큼은 유리도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승희는 유리가 나자가 마자 자신의 비서를 불렀다.

           그...유리 새아버지라는 사람...이 석기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봐...어쩌면

           우리 백화점 다시 되찾을 수도 있겠어.....

승희의 입꼬리는 미소로 더욱 더 올라갔다.

           혜인아....

           선배...바쁘다면서 무슨 일이야??

           임마....너 걱정되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계속 네 얼굴이 모니터에 보이는데...아휴....

           그런 눈으로 쳐다 보지마...이리 와...얼굴이 왜 이래.....? 뭐 달콤한거라도 먹을까??

           아니야...나 괜찮아....봐...멀쩡하잖아...

혜인은 애써 주하에게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겼다.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은 여전히 파도처럼 혜인의 마음을 세차게 치고 있었다.

           기다려 봐 나 잠깐 나갔다 올께...

주하는 혜인이를 안심 시키더니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멍하니 문쪽만 쳐다 보던 혜인이 주하가 들어오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선배...이게 뭐야??

주하가 들고 온 것은 자그마한 케익이었다.

           예쁘지?? 너처럼.....

           어?? 어...예쁘다....어디서 사온거야?

           아니....

           그럼??

           내가 만든거야....

           어?? 아니...잠깐만.....그게....

           왜...너무 잘 만들었어?? 흠...내가 만드셨다는 것!!

혜인이는 그 자그마한 케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사실 우리 호텔 파티쉐가 도와 줬지...야..내가 이렇게 잘 만들면 내가 그 파티쉐 하지...

주하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 말을 계속 했다. 

           너무 예뻐서......너무........

혜인은 케잌을 쳐다 보면서 목이 메어 왔다. 점점 눈이 눈물로 가득차오자 혜인은 얼른 눈물을 닦아 버렸다.

           아.....이렇게 예쁜 케익이 안 보이게 왜 눈치 없이 눈물이 나오고 그래...

주하는 케익을 내려 놓고선 혜인이를 꽉 안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눈에 눈물이 고이자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 보았다.

           왜 울어....너 주려고 내가 만들었다니깐....너 혹시 감동한거야?

혜인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니 내가 처음부터 다 만든 것도 아니야....난 그저 옆에서...

혜인은 주하를 더욱 힘차게 껴안았다. 더 이상 주하도 아무 말 없이 혜인이를 안고만 있었다.

           고마워.......선배......나한테 이렇게.......

           무슨 소리 하는거야!! 당연히 넌 내 예쁜 아내고..나에게 두 아이를 선물 해 준....

           천사야....사랑해...한혜인.....내가 죽기 전에 너에게 보답을 다 할 수 있을지....

혜인은 주하가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게 입술을 덮쳐 버렸다. 주하의 입술에선 케익에서 나오는 달콤한 향기보다 더욱 더 진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두 사람 모두 진정이 되자 다시 케익으로 눈이 갔다.

           혹시 이건....나?

혜인이가 케잌 위에 살포시 올려 있는 설탕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형 4개 중 제일 예쁘게 만들어진 인형을 가리키면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여기 제일 못생긴 애가 나야....

주하도 제일 못 만들어진 인형 하나를 가리키면서 혜인이에게 보조개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역시 전문가 솜씨는 아니네....

           뭐야...좀 전에 그 감동은 어디로 사라지고....이젠 날카로운 평가야??

           이러지마...나 여기 손도 많이 데었어....봐봐....

주하는 손가락에 자그마한 물집들을 보여주면서 어리광을 부렸다.

           뭐야.....설탕 녹이면서 데인거잖아...조심했어야지...이 손은 호텔에 모든 결제를

           해야 하는 중요한 손이야.....이런데에 다치고 하는 손이 아니라구...!!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하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혜인이의 얼굴만 보일 뿐.....

걱정스럽게 주하의 손을 보면서 이야기 하는 혜인이를 살포시 안아주면서 이야기했다.

          사랑해.....이젠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살자...더 이상 아무 아픔도 없이...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케익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주하가 먼저 잠에서 깨어 났다. 여전히 자신의 팔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는 혜인을 바라 보자 행복해졌다. 혜인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히 자신의 팔을 빼고선 향한 곳은 초롱이가 있는 곳이었다.

          어쩜....엄마랑 자는 모습이 똑같니...

주하는 초롱이를 안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혜인이에게로 돌아갔다.

          어........선배..어디 다녀오는거야??

          일어났구나...우리 딸한테 다녀왔지..밤새 잘 잤는지...

          아..그럼 데리고 오지....아니야...내가 다녀 올께..

          어딜가....아직 몸도 안 좋으면서...기다려 내가 데려 올께...

주하가 버럭 화를 내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혜인이를 다시 눕혔다. 화를 냈던 자신이 부끄러웠던지 바로 병실에서 나가 버렸다. 주하의 그런 모습에 혜인이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