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좀....아닌데....여사님...
이건 내가 오래간만에 신상 내논거랍니다..제일 먼저 혜인씨 입히고 싶어서..
이건 또 원장님 생각이시죠?? 여사님??
호호호...부사장님은 못 속이죠...아무래도 원장님이 초롱이 백일 아셨는데
가만 있을리 없으시죠..그리고 저도 워낙 모델이 맘에 들어서요..
여사님은 혜인이를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그 미소에 걱정스러웠던 혜인이의 마음도 어느정도 수그러 들었다.
자..그럼 착복식 해볼까요? 부사장님?
여전히 팔짱을 낀채 벽에 기대어 있던 주하를 내보내기 위해 여사님이 불렀다.
그냥 같이 있으면 안될까요? 나중에 제가 입혀 줄 수도 있게요...
우리 부사장님 은근...
저질이죠...? 그러게요..저도 왜 이렇게 됐는지...저 녀석만 보면....
주하는 혜인이를 바라보면서 한없이 웃고만 있었다.
두 분..정말 천생연분이예요.....호호호...
여사님은 그렇게 웃으면서 주하를 밖으로 은근히 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밖까지 쫓겨난 주하는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사장님...요즘 정말 밝아지셨어요....
여사님은 혜인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싸이즈를 재면서 미소를 지으셨다.
저도 마찬가지에요....선배 못 만났더라면...지금...어떻게 됐을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지금 행복한 생각만 하세요...
네..여사님...흡...저 아직 뱃살이 안빠져서요....넉넉하게 해주세요..
혜인이 자신의 배를 잡으면서 쑥스러운듯 웃어버렸다.
걱정마세요..아직 백일도 안됐는데..벌써 쏘옥 빠지면 정말 좋게요..?
그래도 지금도 굉장히 몸매가 잡혀졌네요...뭘 안드시나?
아니예요...어머님이 어찌나 고열량 음식만 해주시던지...
사모님은 천상 여자세요...사장님...회장님...그리고 부사장님까지...
회장님....
아...혜인씨는 잘 모르시죠...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답니다...굉장히
자상하신 분이셨죠...뭐..사장님과 똑같으시다고 보시면 되요...
역시....우리 부사장님만....
듣자하니..너무한다...한혜인...!!
그때 주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투덜거렸다. 그러다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내가 틀린말 한건 아니잖아....왜...옷에 뭐 묻었어?
예쁘죠? 역시 모델이 뛰어나서....
아하하...여사님...저 그말 다 믿어요....그만 하세요....네???
예쁘네요...감사합니다..여사님....그럼 결혼식 드레스도...
걱정마세요...지금 열심히 구상중이니깐요..뭐...이 드레스가 중간 점검용..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구요...
네? 이렇게 예쁜데....
감사합니다..여사님...여기까지 오셔서...직접 해주시고...언제 식사 대접이라도..
그럼 저야 영광이죠....
밤이 되서야 두 사람은 퇴근을 했다. 피곤했던지 혜인이는 차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녀석...많이 힘들었구나....
집에 도착하자 주하는 혜인이의 이마를 쓸어 올려주면서 안쓰러운듯 바라보았다.
어..? 도착했어? 나 또 졸았구나...오후에 잠깐 나오는데도 힘드네..
임마...그러니깐 날마다 나오지 말라니깐....
또..잔소리...이러면 나 정말 초롱이 분유먹이고 출근합니다...??
한혜인..!! 이건 약속이 틀리잖아.....뭐야..나 말 아직 안 끝났다고!!
혜인이 웃으면서 먼저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우리 찬성이...저녁 먹었어?
응...할미랑 작은 할미랑...
많이 피곤해보이는구나...저녁 먹어야지...?
네...어머니...죄송해요...애들만 맡겨놓고선....
아니다...요즘 네 얼굴이 많이 밝아져서 나와 사장님은 정말 좋다..
그런 말씀 마세요..그러면 자꾸 밖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잖아요....
주하는 들어오면서도 여전히 투덜거렸다.
그러니...? 그 말은 맞구나....아직은 무리야...쉬엄쉬엄해...
선배는..들어오자마자....
혜인이 주하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꿈쩍도 안하고 찬성이를 안아주었다.
우리 찬성이 아빠 보고싶었어?
응....아빠...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자...
시러...할미...
찬성이는 수연을 바라보면서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같이 자자...
어머니...어머니도 피곤하세요.....아직 잠꼬대도 많이 할텐데...
찬성아...아빠는 싫어?
조아....할미는 좋은 냄새나...
어? 그럼 아빠는 안 좋은 냄새나?
주하는 갑자기 수트를 벗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할머니한테서 무슨 좋은 냄새가 날까...?
좋아....
아들...아빠한테서 무슨 냄새 안나는데...?
쪼꼬 냄새나....조아....
그제서야 주하는 안심을 한듯 쇼파에 앉아버렸다. 그리고 찬성이를 무릎에 앉혔다.
이..이건 정말 너무 한 것 같은데요....
혜인이 10층의 메인 홀을 바라보면서 내밷은 말이었다.
사장님의 뜻이야...나도 어쩔수 없어...
총지배인님...그 표정은 단념했다는 표정이 아닌데요..?
들킨거야? 혜인아....지금까지 모든 것 다 보상해주고 싶으신 사장님 맘이야..
나도 마찬가지구...너 그렇게 보내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지혁이 혜인이 어깨에 손을 올려 자신쪽으로 끌어 당겼다.
하지만...기껏 아이 백일 잔친데...
너에겐 그깟 일일지 몰라도 사장님...부사장님....루이스 부사장님...그리고 나..
똑같은 마음이야....이젠 한혜인....아르바이트생 한혜인이 아니라 메리어트의
후계자 사모님이라는 거 머리속에 꽉 채워둬...내가 네 뒤에 항상 있을테니..
네....
혜인이는 목이 메어와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사장님은 바쁘시니깐 저 혼자 갈께요....
어디로 가려구...같이 가자...
정말....간단한거 하나 사러 가는데...집에 가는 길에 명신 잠깐 들릴거라구요..!!
왜 명신이야!!!
너무 과민반응이야..선배...?
갑작스런 자신의 행동에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하는 주하의 곁으로 혜인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왜 그래....이젠 주인도 바뀌고...
가지마...우리와 거래하는 백화점 있잖아...거기로 가자...
잠깐 들리는거라니깐....정말....
하지만 주하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그래..알았어....그곳으로 갈께...대신 나 혼자 갈테니 선배는 일해..!!
하진이랑 함께 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혜인이 주하를 한번 안아주었지만 여전히 싸늘한 표정만 보일 뿐...혜인이는 나가면서 주하의 손을 한번 잡아주었다.
내가 화가 나면 더 나지..왜 본인이 그러는지..정말....
무슨 일 있으셨어요? 우리 질투의 화신께서 또 무슨 일이라도...
아니..집에 가는 길에 명신 잠시 들러서 한가지만 사고 가려고 했는데
구지 한바퀴 돌아서 그곳까지 가야할까요? 최실장님??
아무래도....지부장님은 실용노선이시구 우리 부사장님께서는 막무가내 노선...
이라고 해야하겠죠? 한번 싫은건 절대로 바뀌지 않으시는 분이시잖아요..
그래도 이건....
지부장님께서 이해하세요..솔직히 저도 거긴 싫어요...아무리 주인이 바뀌었다지만
조금 돌아가면 어때요....거긴 사장님때부터 가시던 곳이니 더 편할 거예요..
그게 문제죠...너무 알아본다는.....
두 사람은 백화점에 도착했다. 백화점 입구에 혜인이 내리자마자 누군가 팔목을 잡았다.
선배?
하진이 넌 바로 호텔로 가서 내가 정리한 서류 총지배인님께 검토 받아..
네....알겠습니다...
하진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뭐야? 우리 뒤따라 온거야?
그래..너 혹시 하진이 꼬셔서 거기로 갈까봐..
아니...정말...날 그렇게 본단말이지? 선배? 어..어..기다려....천천히 가..
주하가 혜인이의 팔을 잡고선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여긴.....
여전히 화가 난 듯 주하는 말이 없었다. 한 명품 매장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우리 사모님 좀 꾸며주세요...
어리둥절해 하는 혜인을 뒤로 한 채 주하는 쇼파에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자..사모님....이런 스타일은 어떠신지요?
매장직원은 여러 종류의 백을 들고 나와서 혜인이 손에 들려 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혜인이 화가 난 듯 주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얼른 직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작은 백 하나를 들고선 주하 곁으로 갔다.
부사장님.....?
그게 맘에 드시나요? 사모님? 그럼 이걸로 하죠..
주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나서야 얼굴이 좀 밝아졌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부드럽게 혜인이의 손을 잡았다.
가자....혜인아...
선배.........
미안해...이러려고 한건 아닌데....요즘 내가 예민해졌나 봐....
알았어....선배...이제 그만해....그리고 요거 고마워...
혜인이는 작은 백을 들어보이며 주하에게 웃어보였다. 그제서야 주하의 얼굴에도 미소가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