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情人 2014. 3. 2. 02:40

                 여...여사님...이건.....아니......

다희는 마네킹에 입혀진 웨딩드레스를 보더니 더 이상 말도 잇지 못한 채 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은호 역시 조금은 당황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사님은 두 사람을 바라 보며 그저 웃고만 계셨다.

                 아니...선생님....예쁘지 않나요?

                 한...한복 드레스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건....좀.....과하게....

                 예쁘지 않나요? 장선생님??

                 네...? 아..네....서다희...가 소화를 할 수 있을런지.....

갑작스런 여사님의 질문에 생각할 틈조차 없이 은호는 대답을 해버렸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희는 맞장구를 쳤다.

                 그지? 장샘? 난 이런거 소화 못하지? 아니...여사님...혜인이처럼 단아한....

                 평생 한번 입는 웨딩 드레슨데....이정돈 입어 주셔야죠!! 혜인씨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 분이시라 단아한 분위기였고....서선생님은 아직 아가씨잖아요...

                 아하하...아가씨긴 하지만 늙은 아가씨죠...요 아래 캉캉 스타일은 좀.....아..여기

                 탑 스타일도 좀.....전형적인 한복스타일로다 좀.....

마네킹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여사님한테 거의 애원 수준으로 매달리고 있는 다희를 한참 바라보던 은호가 입을 열었다.

                 그냥 입지...? 이쁠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은호의 대답에 다희는 입을 벌린채 그대로 굳었다.

                 신부가 그렇게 입이나 벌리고 있고...여사님 준비 시켜 주세요...

은호는 다희의 입을 닫아 주더니 등을 살짝 밀었다. 겨우 정신이 든 다희는 이미 탈의실 안이었다. 밖에선 여사님과 은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희는 자신을 비추는 환한 조명에 눈이 부실 뿐이었다.

                 서선생님이 키가 크셔서 저런 캉캉 스타일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그러게요...저도 큰 킨데..저 여자도 크죠?

                 저번에 싸이즈 잴 때 어깨 라인이 고우시더라구요...늘씬한 키에 어깨까지...그래서 탑 스타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과감하게 저고리는 생략했죠....

                 역시 여사님은 대단하세요..저 여자 의외로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더라구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안에서 갑자기 다희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자..잠깐만요...아니...잠깐만...

다급한 목소리에 놀란 은호가 달려가 커튼을 열어 젖혔다. 그 안에는 다희가 드레스를 입고선 양 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당황스런 표정으로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똥그랗게 뜬 눈이 은호와 마주쳤다. 은호 역시 커튼을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선 다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호호...예쁘시네요....역시 내 예상이 딱 맞았네요...장선생님??

                 아니...서선생님....어깨에서 손 내리세요...결혼식장에서도 그렇게

                 어깨에 손 올리고  부케는 어떻게 들려구 그러시나요??

                 네?? 그...그게.....

여전히 두 손은 양 어깨를 붙잡고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다희를 보더니 은호가 다가가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장샘....아...이건 아니지 않아??

                 예쁘네....서다희....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는 은호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 다희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여사님 눈은 역시....예리 하세요...저희 어머니 형수님...그리고 장모님 한복까지

                 잘 부탁드립니다....아...할머니 한복도 고운 색으로 해주시구요...

                 걱정 마세요....제가 누굽니까....? 이사장님 한복 다 제 손으로 했잖습니까....?

다희의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은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나 저거 못 입어...어떻게...

                 예뻐...입어...당신 그런 여잔줄은 몰랐네...

                 무....무슨....어떤 여잔데? 내가?

                 진정하라구..나 운전 하는거 안 보여? 그 성격은 좀 고치면 안될까?

다희는 다시 자리에 얌전히 앉으면서도 투덜거림은 그치지 않았다.

                 나 그거 꼭 입어야 해? 장샘?

                 예쁘다니깐...걱정하지 말고 신부가 그렇게 우울하면 어떻해?

은호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다희의 손을 살포시 잡아 주었다.

                -음...언니....예뻤다고 장선생님이 그러셨어...-

                -이뿌긴야....나 미치겠다...내가 언제 탑을 입어봤어야지...완전...

                 아래는 또 캉캉스타일이다....-

                -와...이뿌겠네....언니 쇄골 이뿌자노...그리고 캉캉이라면 음...

                 여사님 스타일이라면 우아하면서 귀엽겠네...나도 보고 싶은데...

                 한식 때문에 정신이 없어...어쩔 수 없네..결혼식장에서 깜놀해줄께...-

                -너 나 놀리는거지..? 흠...어쩔 수 없군....그래 얼른 일해라! 끊자...-

혜인은 다희와 통화를 마치고 입가에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기분 좋아 보인다....?

                음....다희 언니 오늘 드레스 입었는데...그게....

또 다시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녀를 본 혜성도 함께 웃었다.

                걱정마...네 드레스는 내가 직접 골라 줄테니....

                아 또 뭐야...? 정말...드레스는 신랑이 골라 주는 거지....오빠가 골라 주는 게

                어디 있어? 루이스...너 가라...네 집으로!!

                선배...유치해.....

                내 동생 드레스는 내가 직접 골라 줄테니 넌 뒤로 물러나 있지?

                휴....그만하자...다 모였으니깐 이제 가볼까....? 어디 줄꺼야?

                글쎄....우리 한식 이미지에 맞게...

                역시 오빠야....그냥 오빠가 한식지부장하면 안될까??

혜인이 앞서 나가면서 웃으면 말하긴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주하와 혜성은 서로 한번 바라 보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김실장?

                민이사님 말로는 누군가 우리 미국의 호텔을 사겠다는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잘 알아보게나...

                네 사장님...

승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올 생각도 없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가씨...

                또 뭘 찾은거야?

                지금 확인 된 것만 해도 주식이 5% 이상 빠져 나간 듯 싶습니다.

                뭐야? 유리야?

                아직 그것까진 확인이 안되고 있지만 아마도...

                뭐지? 무슨 생각이지...? 백화점 넘기려는 거야? 그 인간은...?

                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럼 눈치를 채도록  도와야지....양아버지에게서 버림 받을 유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릿한데..? 그런데 아직도 미국에 가 있는거야?

                네...

                사람 잘 붙이라구..실수 없도록....미국에서 뭘 하는지...다 알아 내라구..!!

                그래....계속 헛점을 보이라구...유리....그래야 내가 널 단번에 칠 수 있지....

혜성과 혜인의 설득력 있는 활약에 결론이 나지 않을 듯한 3지점이 드디어 확정이 되었고 세 사람은 다시 지부장실에 모였다.

                무섭다...

                이게 우리 한식이야...벌써 겁먹으면 어떻해?

                루이스 부사장님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던데?

                이번엔 동생이 오빠 칭찬하는거야? 뭐...이번은 정말 루이스 네가 고생이 많았다..

                글쎄...그 곳을 제일 먼저 거론한 건 혜인이었어...그래서 난 좀 더 알아본 결과일 뿐이고....

                그래..오늘 두 사람 멋졌어...3지점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인정...두 사람...

주하는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만큼 진지한 미소를 보이며 양손의 엄지를 들어 두 사람에게 보여줬다.

그 동안 고민이었던 3지점이 해결이 되자 한시름 놓게 되었고 메리어트에 처음 선보일 한식 본점 오픈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네...좀 전에 3지점까지 선정 했다고 합니다..

                흠...그래...두 녀석들 차근차근 잘하고 있군.....

                두 사람...정말....함께 있으니 일이 해결되는 속도도 빠릅니다...

                그래? 그렇게 보이나? 자네도?

                전에 여기선 지점 확보에도 힘겨워하던 부사장님이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아무래도 혜인양이 옆에서 보조를 아주 잘 해주고 있는 듯 싶습니다.

그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층 더 상기된 목소리로 현회장은 손녀 자랑에 열심이었다.

                그래..내가 뭐랬나....그 녀석 잘 할거라고 했잖나...? 아무래도 지애비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우리 정연이는 정에 끌려서...

                부사장님에게서도 동욱...그 사람이 이제 보입니다. 현사장님과 함께 지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래....그건 연화를 닮았기도 하지....무서울 정도로 침착함....흠...아무튼

                다 핏줄이니 같을 수 밖에...흠....사장은 지금 뭐하고 있나?

                한식 오픈에 맞춰서 한국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 중이십니다.

                그래......내 정말....못할 짓을 했어...내가....

                회장님....그건 회장님께서도 어쩔 수 없었던 일입니다..

                내 동욱이를 찾았어야 했는데..그럼 이런 일도 생기기 않았을텐데 말일세..

                그땐 모두 오해를 하고 있었기에..

                그랬지...그 놈 때문에 내 딸이...아파하고 있었으니 말일세....

                그 뒤론 사장님 기억은 잃으셨지만 모든 걸 잊고 다시 새출발 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아파하는 걸 볼껄 그랬지....애미가 자식도 못 알아보게 기억을 지웠으니 말일세...

                회장님....다 제 잘못입니다...그 때 제가 회장님께 괜한 말씀을 드리는 바람에..

                이 사람아....다 우리 정연이를 위해서 한 것을....다 아네...정연이도 알걸세....

                자넨 그 아이의 삼촌 같은 존재일세....얼마나 정연이를 이뻐했나...자네가...

                하지만.....

남비서는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그런 그의 등을 현회장은 다가가서 다독여 주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뜨개질 했더니 팔 다리 안 아픈 곳이 없구나...지민아...

                사장님....끝내셨군요...어머? 이건....부사장님도 이 옷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요.?

지민이 보고 있는 옷은 노란색 스웨터였다. 가슴 부분에 매화가 수 놓아 진 혜성과 혜인이 모두 입고 있던 옷이었다.

                이 옷...혜인씨도 입었었다고 들었어요...부사장님께서....

                그랬겠지....내 딸이니깐...사실 이 옷...내 어머니가 날 위해 마지막으로 만들어 주신

                옷이었지.....그걸 보고 너무 예쁘더라구...그래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꼭 똑같은

                노란색으로 만들어 줘야지 했던거구...우리 혜성이도....혜인이도.........그리고 손녀...

현사장은 잠시 목이 메어와 말을 멈췄다.

                예뻐요...초은이...아..초롱이라고 부르던데요...살결이 우유같이 하얗더라구요...

                음...? 지민이 너도 우리 초롱이 본 적 있는거야?

                네...? 아...그게.....

갑작스런 현사장의 질문에 지민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지만 노란 스웨터를 보며 흐뭇해 하는 현사장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지....내가 그 자리에 가도 되는 걸까?

                한식 사장님으로서 당연히 가셔야죠....

                하지만 엄마로서 난 내 딸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어......

                사장님 기억은 없으셨지만 가슴 한켠에 항상 혜인씨 있었어요....제가 알아요...

                고마워...지민아....네 삼촌에게 그렇게 도움 받았는데 지금은 또 네가 날 위로해주는구나...

                사장님이 절 많이 아껴주셨잖아요....저도 그렇구요....

                그래....언제 부모님 계신 온천에 우리 혜인이도 데려 가고 싶구나...

                언제든지 환영입니다...사장님과 혜인씨는...

지민이 환하게 미소 지어 보이자 그제서야 좀 편안한 미소를 보이는 현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