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하고 4시간을 지키고 있던 주하는 수액이 다 들어가자 능숙한 솜씨로 혜인이 손에서바늘을 뽑았다. 그러다 혜인이가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방어자세로 주먹을 쥐었다.
가만히 있어라..바늘 뽑은데서 피 나니깐 솜으로 눌러줘야해...
손을 뿌리치던 혜인이의 손을 꽉 잡으면서 주하가 말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혜인이가 한마디 했다.
뭐야...여기 어디야?? 선배 지금 뭐하는거야?? 내가 여기 왜 있는거야??
하나씩만 물어라 내가 아무리 똑똑하지만 질문이 넘 많잖아....
뭐라구요?? 선배.....지금 병주고 약주고 혼자 뭐하는거예요?? 여기가 어디냐구요??? 내가 왜 여기
있냐구요....그리고 뭘 착각하고 계시나 본데..선배보다 제가 더 똑똑한걸로 아는데요???
둘이 그렇게 말다툼을 하고 있는동안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혜인아...내가 왔다...괜찮니??
어이 후배 너 바로 온다고 안했어?? 내가 4시간이나 벌 서고 있었는데...너무한거 아니냐??
어어...선배님...그게....제가 빠져나올 상황이 안돼서...그러나 저러나 혜인아 괜찮아?? 또 저 선배님이
너때리든??
무슨 소리야?? 여기 어디냐구??? 4시간이나 내가 여기에 저 선배랑 함께 한 공간에서 저 선배가 내뱉
은 이산화탄소를 모조리 마셨다는거야?? 헉...
경영학과 때려치고 공상과학과로 전과 하지 그래?.. 생각하는거 하고는...
가자...무영아...어 뭐야 지금 몇시야??나 알바 어떻해...ㅠㅠ
그거 소윤이가 땜빵하러 갔다..저 선배님이 너 알바 짤리면 일자리 알아봐주지도 않을거라면서..
그 말을 하면서 무영이는 주하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혜인이 귀에 대고 말했다..
선배 저 수액에 무슨 약같은거 탄건 아니죠?? 내가 일등이니깐 날 없애려고 혹시...
나도 피곤하다 그만들 껴져주라..
혜인이가 또 한마디 하려는걸 막고서는 무영이가 데리고 얼른 나와버렸다...
뭐야 학교 안이었어?? 학교에 뭐야 무슨 병원같은...나 누가 데려온거야??
저 선배..
내가 미쳐...미친다고...너도 있고...뭐야 나 왜 쓰러진거야??
니가 저 선배 앞에서 쓰러지셨답니다...그리고 누가 업고 갈 세도 없이 저 선배가 들쳐업고 자기 전용
병실이라면서 데꼬 오셨답니다...이제 그만하고 가서 좀 쉬자..할머니 걱정하시기전에..그 손은 머냐?
그 이뿐 간호사님이 예쁘게 치료 잘 해주신건가?? 어휴...낼부턴 걱정이다 핵폭탄이 두개씩이나 있어서
어허라....가자 집으로 얼렁....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지머...
다음날 강의실...모두들 핵폭탄들 때문에 숨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그래서 모두들 그냥 잊고 지내게 되었다..
드디어 기말시험이 끝나고 또 다시 학점을 알기 위해서 강의실에 모였다..또다시 강의실은 적막감에 휩싸였다..또 한번의 폭풍이 일어날걸 대비해서 오지 않은 학생도 많았다. 역시 혜인 삼인방은 왔다..
야..또...그 선배...주하 선배..또 한번 난리 칠까?? 꿀꺽이다..
이번에도 그러면 나도 못참아...해보자고해....
윽...머야 소윤이 너까지 해보자는 거야?? 나 정말 학교 다니기 싫당...
과대표가 학점 발표를 하러 왔지만 주하는 보이지 않았다..주하가 오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모두들 강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혜인이가 1등...2등은 강주하...
모두들 수근거렸다..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면서...그 난리를 치던 주하가 오지도 않고 결과에 승복했다는 사실과 거의 만점에 가깝던 주하를 제치고 1등을 한 혜인이는 도대체 뭐냐고...2학년이 되자 98학번 남자들은 거의 군대를 갔고 96학번 선배들이 군대를 다녀와서 아직 혜인이의 실체를 모르는 선배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 중에 강주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학점이 발표 되었고 모두들 기뿐 마음에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하지만 혜인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내일부터 메리어트 호텔바에서 일하기로 했다.
가자 혜인아... 저번에 가야했는데 그 소동이 나서..다행히 네 이력서만으로도 합격해서..
암튼 얼른 가자
어..나 정말 낼부터 일하는거야?? 떨린다...얼른 가보자...
정말 끝내는 가는구나..거기 비싸서 나 자주 못간다...
너 안와도 되걸랑..너 군대 안가니??
너무한다 소윤이 너...나도 그런데 좀 알아봐주라...으흐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메리어트 호텔 앞에 도착했다..학교 전망대에서 봤던 그 호텔 건물이 바로 앞에서 보이니 엄청 거대해 보였다. 셋은 목이 빠지도록 올려다 봤지만 햇볕에 반사되어 눈만 부셨다. 호텔계에선 오래되고 큰 규모로 국내외에 인지도가 높은 호텔이었다..
윽...진짜 크다..몇층이래니???
45층이래나??? 규모도 장난아니다...
들어가자 떨린다..소윤아 어디로 가면 되니??
로비에서 말하래...가자...
로비에 도착하자 한 눈에 봐도 핸섬하고 샤프한 남자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한 혜인씨...정말 예쁘고 인상이 좋으시네요.....
아 감사합니다..너무 칭찬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