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이의 뒤로 주하가 욕조로 들어왔다...그리고는 뒤에서 혜인이를 꼭 껴안았다..순간 혜인이 깜짝 놀라서 주하의 손을 잡았다..뭔가 혜인이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주하가 그대로 일어섰다..

           선배...미안해...가지마......

혜인이 나가려던 주하를 뒤에서 안았다...혜인이의 살결이 주하의 살과 맞닿아 있었다..너무나도 그리웠던 혜인이의 살결이 향기로운 향기와 뒤섞여서 주하는 순간 취해 버렸다. 혜인이도 얼마나 기다렸던 주하의 살내음이었던지 두 사람은 서로의 살결과 습한 향기가 뒤엉킨 이 공간에서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초롱아...

주하가 그 침묵을 깨면서 소리쳤다..혜인이도 함께 느꼈다...

         처음이야....선배...

혜인이가 뒤에서 주하를 꼭 껴안고 있어서 혜인의 배와 주하의 등이 서로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그 순간 배속의 초롱이가 첫 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주하는 너무나도 놀라워서 혜인의 배에 손을 대려다 다시 내렸다를 한참동안 반복만 하고 있었다..안절부절 못하는 주하의 손을 잡은 혜인이가 배에 가만히 올려 주었다.

          초롱아...

이번에는 처음보단 낮은 저음으로 조심스럽게 불렀다. 여전히 두 눈은 놀라움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자신의 손에 느껴진 작은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초롱이를 불렀던 것이다..아직은 너무나도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주하는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초롱이가 날 좋아하는걸까?

여전히 무릎을 꿇고 혜인이가 올려 준 손 위에 자신의 귀를 조심스럽게 대고 온 신경을 초롱이에게만 집중시키고  있었다..

           당연히 아빤데 좋아하지....

           우리 찬성이는 뱃속에서 아빠 목소리를 못 들었겠구나..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떨구었다..혜인이가 앉아서 조심스럽게 주하의 얼굴을 들자 이미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혜인이는 그 모습에 주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괜찮아..지금 바로 옆에 있잖아..아빠의 모습으로....

그리고는 주하를 안아주었다.

둘은 혜성이 선물한 향기에 취해 한참만에야 욕실에서 나왔다..목욕 가운을 걸치자 마자 주하는 기다렸다는듯이 혜인이를 번쩍 안고 침실로 향했다.

       찬성이..

       걱정마세요...내가 잘 자는지 이불 덮어 주고 왔어요...저봐 문도 열어놨잖아...

찬성이의 방은 따로 방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주하의 넓은 침실 한켠에 인형의 집같은 작은 공간이었다..언제라도 찬성이가 깨어나서 두 사람을 볼 수 있도록 주하가 세심하게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그만...선배 피곤하지도 않아?

       내 옆에 네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데..내 앞에 찬성이가 있는데..넌 몰라..지금 내 기분..

       그래도 이제 그만 내려놔..

       어 그래 안그래도..힘들다.... 너 살 좀 쪘니?

       뭐야?? 아~~주 고마워요...선배...!!

       다행이다...건강해서 고맙다..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면서 주하는 혜인이에게 입맞춤을 했다..혜인이도 그런 주하에게 웃어 주면서 꼭 안아 주었다..그렇게 세식구는 한 방에서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자신의 팔을 베고 고이 잠 들어 있는 혜인을 보자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번진 주하였다..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자신의 반쪽에게 자동으로 입을 맞췄다..그 바람에 혜인이도 깨어났다..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자신을 쳐다보자 주하는 웃음이 나와서 고개를 얼른 돌려 버리고 리모컨으로 커텐을 걷었다. 아침 햇살이 점점 그들의 침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둘은 아주 오래된 기억속에 햇살인 듯 한참을 쳐다 보고만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혜인은 다른 생각은 접어 버리고선 이 추억속의 햇살만 생각하고 싶어서 주하의 품으로 들어갔다..초콜렛 향이 점점 연해졌을만 할텐데 꽉 껴안은 주하에게선 여전히 진한 다크 쵸콜렛 향이 나고 있었다.

        네가 한식 담당자라면서?

        어,,,,,

        할 수 있겠니??

        이건 할 수 있냐 못 하냐가 아니잖아..해야만 해..!!

        이런...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니?? 바보...

        바보?? 내가??

        그만...미안해...난 그 뜻이 아니라....이제 막 시작한 일은 많이 힘들잖아....이제 곧

        초롱이도 태어날건데...네가 힘들면...안되잖아...

        선배...메리어트가 잘 되어야 초롱이도 편안할 수 있어...지금 난 너무 좋아..선배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거...가슴이 터질 것 같아..지금껏 살아오면서

        난 그 누구에게 도움같은건 주지 못했어...항상 받는 것에만 익숙했지..이 한몸 바쳐서

         우리가 행복해 질수 있다면 뭐든지 할거야...

         네 몸 니꺼 아니다..내꺼지...

주하의 말에 혜인이는 피식 웃어 버렸다...그리곤 다시 주하의 심장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고마워...

        나야 말로 고맙지...이 심장..니꺼야..너 때문에 뛰는거야..날마다 확인 해줄래??

        뭐야? 이 어설픈 고백은??

        아니야...이건 워밍업이야...

그리곤 혜인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생애 최고로 멋진 프로포즈 해줄께 기다려.....공주님...

그 찰라 찬성이가 일어나서 아빠를 찾았다..

        뭐야...왜 맨날 아빠만 찾아??

 주하는 침대에서 뛰쳐 나와 찬성이에게로 갔다..그리곤 꼭 안아주었다...

        찬성이니깐..아빠 아들이니깐...

        어....아빠 아들 찬성이야...

찬성이가 주하의 볼에 뽀뽀를 하면서 이야기 했다...

       아빠랑 같이 씻을까??

       응...

주하와 찬성이가 씻는 동안 혜인은 둘을 위해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여전히 최주임이 냉장고를 꽉 채워 놓았다..

       찬성아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께..얼른 밥 먹고 가자...

       선배....안 피곤해?? 내가 데려다..

       전혀...전혀..우리 셋이 이렇게 있으니 나 전혀 안 피곤해..걱정마...

       우와 찬성아 엄마가 맛있는거 해놨다..얼른 먹자....근데 너 이제 속 괜찮니??

       음...아직도 조금 그런데 많이 괜찮아졌어..우리 셋이 이렇게 있으니깐...

       아니다 넷이다..초롱이...

       초롱이가 뭐야? 아빠?

       어..엄마 뱃속에 찬성이 동생 있어..

그러면서 주하가 찬성이의 고사리같은 손을 혜인의 배에 조심히 올려 주었다...

       어디??

       하하하...아직은 우리 찬성이도 아기지...이리와

주하는 찬성이를 꼭 안아주면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이렇게 셋은 아침을 즐겁게 먹고 옷을 입었다..

여전히 주하가 찬성이의 옷을 입혀주고 나서 자신도 수트를 입었다..혜인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거 입어..

       못 입어...

       왜?

       선배가 보기에도 초롱이가 많이 컸는데...이젠 타이트한 건 못 입지...

       아..그래...얼른 발표 해 버려야겠다..그래야 맘 놓고 임산부 티 내지..

그 말 끝에 혜인은 잠시 문 밖에 두었던 혜성의 기억이 떠올랐다..

       안돼..나 임신한거 알면 사장님도 말리실거야..안돼..아직은 아직 한식 준비도 못했는데...

       꼭 내 손으로 한식 성공 시키고 말꺼야...

       알았습니다...한지부장님....

       지부장?? 놀리지마...

       아마 오늘부로 정식 발령 날거야..

       임원들이 반대는 안하고??

       어쩌겠니? 메이지측에서 널 지목했는데...그런데 어떻게 메이지에서 널....?

       선배..나 할일 많아...얼른 나가자...

혜인은 주하의 말을 끊어 버리고 서둘러 나왔다...

       지부장님..축하드려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뭐...한팀장이 빠지면 우린 흩어지는거쥐 머...

       무영씨...저번 행사때 국제 홍보부팀이 너무나 잘해 주셨다고 사장님께서 굉장히

       칭찬을 해주셨죠...걱정 마세요..앞으로 국제 행사는 여러분들이 담당하실거예요..

       어머...총지배인님...그게 정말인가요??

       그럼요...이팀장님...

       네??

       한 팀장이 한식으로 가면 팀장 자리는 당연히 소윤씨가 맡아야죠......

       축하드려요..팀장님...

       어..유리씨...이거 완전 얼떨떨 한데...

       축하해요..이 팀장님...

       혜인아.....

       나 없는 동안에도 너무나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이젠 네 몫이야..잘 부탁해...

둘은 서로를 꼭 안아 주었다...

주하는 그동안 자리를 비워서 못해 놨던 일을 하나씩 마무리 짓고 있었다..누군가 노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일에 빠져 있었다..

        어머...바쁘신데 제가 들어 왔네요...

        또 무슨 일이죠??

        민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들렀어요..기분 좋아 보이시는데요??

        네...

 주하는 짧은 대답만 하고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한혜인이라는 여자를 믿나보죠??

       그 이야기라면 제발 나가 줬으면 하는데요..더 이상 할 말이..

       제발 제 말 좀 들어요...주하씨 나중에 후회하지 말구..

       그만..!!

주하가 소리치면서 문쪽으로 손을 가리켰다..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승희는 어쩔 수 없이 나와선 곧바로 민아에게로 갔다.

       왜 또 간거야?? 우리 오빠 지금 예민한데..

       난 주하씨가 너무 걱정 되서 간거지...

       완전 순애보네...이런 순정을 몰라주고 오빠는 그 여자한테 빠져서는....이번에 일본에서

       식당 들어오잖아...

       한식 말이구나..

       그래 그거 우리 삼촌도 완전 그 여자한테 빠졌어..아니 도대체 뭐 잘난애라고..우리 오빠하고

       대학때 같이 다닌거 밖에 없는 애를 그렇게 두명이 아니 셋인가?? 아니 넷??

       주하씨 유일하게 이겼다면서...

       그거 밖에 없잖아..게다가 지금 전 남편까지 만나는데..한식 지부장이라니...그 메이지 호텔

       뭐 잘못 안거 아니야??

       그나저나 결과는 나온거니? 네 이름으로 해서....

       조만간 결과 나올거야..기대하시라...

       애들아 뭐하니?

       아 강이사님..안녕하셨어요??

       음 승희 언제 왔니?? 아버지는 잘 계시고??

       네....안부 물으시던데요....근데 한식 말이예요..

       걱정말아라..기껏해야 얼마나 투자하겠니?? 걱정말아..그 정도론 어림 없지....

       그럼 한혜인과 한식을 한번에 무너뜨릴테니깐...

       민아야...아직 결과 안 나온거니?? 궁금하잖니...얼른 전화 해봐...

       네..

민아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결과 나왔나요?? 네?? DNA가.....네...아니 그럴 수도 있나요?? 저희가 준 샘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건가요??

순간 재빨리 승희가 전화를 낚아채서 자신이 통화 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 혜인은 사장실에 있었다..

      그래...비젼은 있어보이는군...언제 그렇게 조사를 다 했나?? 아직 몸도 안 나았다면서..

      절 믿어주신 만큼 저도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죠...사장님 실망시켜드리지 않게요..

      역시 자넨 자네 아버지를 똑 닮았어..자네 아버지도 항상 노력했지...날 한번도 일적으로

      실망시킨 적이 없었네...하지만 너무 완벽하려고도 하지 말게나 난 자네 있는 그대로만으로도

      좋으니 말일세...하하하

       감사합니다..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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