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간식 다 드셨으면 우리 이제 나가 볼까요??
음..어디요?? 갈데라도 있어요??
혜성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혜인이가 다 먹을때까지 조심히 기다리다 말을 꺼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혜성의 눈빛은 혜인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없이 먹기만 하던 혜인이는 그걸 눈치 채지도 못했다.
정말 먹는 모습도 예쁜 혜인씨...
억...저 먹은거 다 나오겠어요..갑자기 왜 또 그래요?
사실이니까요....먹고 있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니....
허머...그런 말은 한국에서 엄마가 자식들 먹는거 볼 때 하는
말인데...혜성씨 완전 엄마 같은데요...
언제는 아빠 같다고 했잖아요...그럼 엄마 아빠 다 할까요?
워매...먼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것네....그 일본말로
둘이만 야그 하지 말고 나도 같이 하게요...작은 사모님...
어머...김여사님 죄송해요..습관이 되서 혜성씨가 아무래도
한국말에 서툴러서 그냥 일본어로 대화를 해버렸네요..
아니..아니예요...앞으로는 한국말로 이야기 할께요...
김여사님 오해 하실 수도 있으니깐요..
혜성이 김여사를 쳐다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흐미...어째 저렇게도 멋지실까...우리 부사장님도 멋지신디....
혜인이에게 외출 준비를 시킨 후 혜성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항상 그랬듯이 혜인이에게 다시 가서 조심히 데리고 나왔다.
조심...여기 계단..
아니 저 그 정도까진 아닌데...누가 보면 저 완전 환자인 줄
알겠어요...너무 그러지 마세요..이건 과잉보호...
과?? 네? 보호...한국말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제 옆에 있으려면 한국말 더 열심히 배우세요..
그렇게 말하고선 혜인은 차에 올라 탔다. 그 말 뜻을 알아들은 혜성은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자.. 벨트까지..이제 출발합니다..
어디 가는거예요??
병원이요....
네??
어제 일도 그렇고...한번 가서 검진을.....
저 멀쩡해요....
제가 한번 데리고 가고 싶어서 그래요..아이도 보고 싶구...
그래도 제가 해준 음식 많이 먹었잖아요...아이가..얼마나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지 한번 보고 싶어요..괜찮죠...??
그..그럼요...당연히...정말 힘들때 혜성씨가 해준 음식들
덕분에 저도 우리 아이도 이렇게 건강하잖아요..
그래요..고마워요...어서 가서 아이 보고 싶다..
둘은 혜인이가 다니는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기대리는 동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혜성을 보고 혜인이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머뭇거리는 혜성의 손을 이끌고 혜인이 함께 들어갔다.
저...잠깐만요...내가 왜 이렇게 떨리지....
흠...저도 떨려요...좀 민망하게 보일 지도 모르는데...
자! 한혜인씨..초음파실로 들어 오세요....
네...
떨렸던 마음도 잠시 혜인이를 부축하고 초음파실로 가서는 침대에 조심히 눕힐때까지 혜성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간호사가 검사를 위해 혜인이의 배를 걷자 잠시 혜성은 고개를 돌렸다.
봐요..내가 민망하다고 했죠??
그 때 선생님이 들어 오시고 혜성을 힐끔 쳐다 보고선 검사를 시작했다.
자 여기가 얼굴이구요....이건 발가락..보이시죠??
혜성은 아이가 보이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버렸다.
어디 봅시다...심장 소리도 들어볼까요??
심장 소리가 들리자 혜성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배가 좀 아팠다구요?? 지금은 어떤가요??
이젠 괜찮아요...
초음파 진료가 끝나고 나서도 혜성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자 진료실로 와주세요..
간호사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는 혜인이를 부축했다.
괜찮아요?? 혜성씨??
혜인이 혜성의 손을 꽉 잡아 주면서 걱정스런 말투로 이야기 했다.
아..네...공부를 엄청해서 걱정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아이를 보니...
아직도 멍한 상태의 혜성을 이끌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두 분이 참 많이 닮으셨어요..누가 보면 부부가 아니라
오누이로 오해도 많이 하시겠어요...
저희가 그렇게 많이 닮았어요??
혜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혜성을 쳐다 보았다. 둘은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남편분이 아이와 처음 만나셨나봐요...?
너무 감격해 하시던데..아..제주도엔 요양차 오셨다고
하셨죠?? 어떠세요?? 남편분??
네??
아.. 재일교포라서 한국말이 좀 서툴러서요...
여전히 혜인이는 혜성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 네...오늘은 괜찮으시다면 다른 검사는 안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혹시 또 안 좋아지면 바로 병원으로
오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료가 끝나고 둘은 밖으로 나왔다.
혜성씨..오늘 신랑 노릇 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아직도 너무나도 신기해요...혜인씨 뱃속에...
혜성은 수첩에 붙여준 아이 초음파 사진을 쳐다 보면서 여전히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저도 혜인씨도 어머니 뱃속에서 이렇게 있었겠죠??
그럼요...근데 우리가 그렇게 많이 닮았나요??
사람들이 자꾸 오누이 아니냐구 물어보는데....
그렇게 닮았나?? 네에??
수첩에 눈을 떼지 못하는 혜성에게 혜인이가 수첩 사이로 얼굴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미안..너무 예뻐서 그랬어요...
뭐야?? 언제는 내가 제일 예쁘다면서...흥
둘 다 예뻐요...내게는....
알았어요..가요 이젠...오,,빠...
오빠??
자신도 말해놓고선 쑥쓰러운지 혜성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 갔다.
집으로 돌아 와서도 여전히 혜인이의 모든 행동에 자신까지 맞춰버린 혜성이었다.
저 내일부터 오후에 어디 좀 다닐거예요..
어디를요??
이젠 돈 벌어야죠...한국이란 나라에 적응도 하고..
정말 안 돌아 갈거예요?? 사장님 걱정하신다구요..
혜인이 팔짱을 낀채 혜성을 째려 보고 있자 혜성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시선을 따라 혜인이도 자리를 옮겨서 혜성의 눈과 마주했다..그러자 혜성은 두 손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항복..항복이요...저 일하는 거예요..한식 때문에..
됐죠?? 저 이제 한국에 더 있어도 되는거죠??
그거..정말이죠? 거짓말이면..
저 혜인씨한테 거짓말 같은거 안해요...
그 때 수연과 찬성이가 돌아왔다.
엄마..
우리 찬성이 할머니랑 재미있었어?
응..누가 할머니한테 엄마냐고 해따.
우리 사모님 미모가 대단하셔서 그런 말도 들으시것네...
늦둥이라고 해도 믿을거네요..호호호호호
김여사님도 참...그런 농담을..
어머니 그 말 진짜예요...어머니는 제가 처음 봤을 때와
지금...그 미모는 여전하세요...
어지럽구나..루이스 너까지...그래 두 사람 잘 있었겠지?
암뇨....어찌나 다정스런 오누이들인지...하루종일
싸움 한번 안하고 잘 계셨지요...
어머니 찬성이 제가 데리고 잘께요..이젠 괜찮아요..
그래도....
오늘 찬성이 때문에 신경 많이 쓰셨잖아요...
그래..그럼 찬성아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거라..
네.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