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이 새벽에 이렇게 오시구...셋 다 잠도 안 잔 것 같은데...
쉿..! 그래서 서선생한테 전화하고 온거잖아...어때? 혜인씨는?
부스럭 거리지 말고 들어오시죠들...?
다희가 부시시한 모습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셋은 아주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온통 신경은 혜인이가 잠 들어 있는 방이었다.
내가 옆에서 자고 있으니깐 걱정들 마시구...가서 좀 주무시죠들?
티 나는 거야?
이보세요...거울도 안보시나? 엘리베이터에 거울 있을텐데..세명 다
다크써클이 발등 찍겠네...덕분에 나까지....일 들 안하실거예요?
혜인이 아무 일 없다니깐...너무들 하시네...가요 얼른 가라구!!
다희가 세명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얼굴만 보고 갈께요...선생님...
루이스...아 또 선수를 놓쳤네....오빠라고 넘 심한거 아니야?
그럼 잠깐만 얼굴 보고 가세요...아직 혜인이 힘드니깐요..
혜성이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혜인이의 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혜인이는 옆으로 누워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안심을 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자신의 나무 상자가 보였다. 하지만 잠시후 자신의 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저기 혜인이 옆에 있는 상자....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거 아버지 유품인데요...힘들때마다 그 상자 끌어 안고 잠들죠....
이제 혜인이 상태도 알았겠다 얼른들 가요...혜인이 귀 밝은거 아시죠들?
가자....아무 일 없으니깐...그럼 잘 자 서다희...
뭐야..잠 다 깨워 놓고선....뭘 잘자...??
다희는 현관문을 닫으면서 투덜거렸다. 세사람은 마지못해서 발걸음을 떼었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혜인이 곁이었다.
아...정말 오빠면 다야? 왜 내 여자 똑바로 보지도 못하게 하고...
주하야....루이스 생각도 좀 해줘야지....
미안하다....주하야...나 없는 동안 내 동생 잘 부탁한다...
가는거야? 잠 한 숨 못자고 가려구?
비행기 안에서 좀 자두면 돼...
혜성은 양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면서 주하에게 웃어 보였다.
자....일단 여기부터....
그리곤 은호에게 이끌려 두 사람은 어디론가 갔다.
목욕탕?
여기가....목욕탕이라는 곳이야? 한국에선 아버지랑 아들이 잘 간다던데....
여기 아버지랑 목욕탕 와 본 사람 있어?
없어...
무슨 뜻이야?
알잖아....우리 아버지들이 어디 그리 한가한 사람들이였나?
주하 말이 맞아...그건 다른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고..자 들어가자...
셋은 한겨울 차가운 새벽 공기를 잔뜩 마시고선 따뜻한 욕탕에서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자....들어가....
형! 여긴 무슨 일로...
뭐야? 이 아침부터 형 옷 사는데 따라 오라는 거야?
은호는 자신이 자주 가는 샵에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샵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한 후 두 사람을 불렀다.
루이스...주하....두 사람 들어가서 입어봐...
뭐야? 저 형?
형...무슨 일인데요...
너희들한테는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난 이미 오래 전에 준비한거야..
루이스 너와 찬성이...그리고 할머니까지....허락 받지 않고 검사했던거...
그래서..미안해서 우리한테 이 비싼 옷을 선물하시겠다?
형..형 덕분에 우리 이렇게 가족 찾았는데...무슨...
형님...정말 서선생님 사랑하나 봐? 둘이 잘 맞던데 그냥 결혼 해...내가 양보할께..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한 짐 덜겠지만...의사로서 이건...
그만..가자 우리 옷 입어 보러...여기 옷 죽인다...상위 1%밖에 못 입는 옷들이야..
주하는 혜성을 데리고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은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멋지다..너 오늘 이거 입고 어머니 만나면 딱이겠다..화난다고 벗어 던지진 말구..
강주하..난 네가 아니다..
뭐야..누가 들으면 내가 뭐 맨날 옷 집어 던진 줄 알겠다..
너 심심하면 던지잖아...
아...형.....진짜....
셋은 그렇게 차려 입고선 공항으로 향했다.
잘 다녀와라...형님아...
그래....이번엔 정말 잘 해결하고 올테니 기다려..형...옷...고마워요..
그래..너도 점점 강주하 닮아가던데 이번엔 어머니와 모든걸 풀고 와라..
그 소리에 주하가 불끈하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 혜성이 게이트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냥 손만 흔들뿐이었다. 혜성이 게이트로 들어가자마자 주하는 은호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은호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를 주하 역시 따라가면서 투덜거렸다.
난 병원에 간다. 넌?
나? 우리 찬성이한테.....
역시 찬성이 생각하니 구겨졌던 인상이 활짝 펴지는구나...
아니 형은...
얼른 가라...나도 병원에 일 많이 밀려 있다..
은호가 먼저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 주하는 집에 다가 오자 또 다시 심호흡을 했다. 수연을 만날 생각을 하자 아직 어색함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아들을 볼 생각을 하자 손가락이 저절로 초인종을 눌렀다.
아빠다....
네가 아침부터 왠 일이냐?
아버지...아들 보러 온 겁니다. 우리 찬성이 잘 잔거야?
주하는 찬성이를 번쩍 안고선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 지어졌다. 아침을 차리던 수연과 김여사도 함께 나왔다.
어찌 됐당가요?
아...여사님....혜인이가 많이 놀랐죠....
주하는 수연을 보고 가볍게 목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수연은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선 바로 아침상을 차리기 위해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얼른 주하의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기 시작했다.
식사들 하세요..
워매...작은 사모님 걱정에 정신 읍서서...사모님 언제 들어 오셔서
부사장님 식사 준비까지 하셨다요...얼른 앉으세요....제가 준비 할텐께..
아빠...내 옆에 앉아..
머뭇거리던 주하를 찬성이가 이끌었다.
그래...루이스가 참 힘들겠구나...
지금 일본 갔어요...안그래도 어제 은호형이 심각하다고 진단은 했는데 지금
정신 없을거예요..갑자기 할머니에...동생까지...그걸 어머니에게 알려야 하는
심정까지 게다가 말도 안 되는 기사까지...
그래...우리가 도울 일은 없겠니?
그 기사 출처 밝혀주세요..
이미 조취를 취해 놓았다. 그 점은 걱정 말거라...그리고...말이다...언제쯤
집으로 들어 올테냐?
혜인이 의사도 물어보고...조만간 결정할께요...
그 시각 혜인이도 눈을 떴다. 옆에 다희가 누워 있는 걸 확인하고 다희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어? 일어났니?
미안해 언니..나 때문에 잠 못 잤구나...
이게 내 일이잖니...산모가 언제 어떻게 잘못 되지는 않나 확인하는거..
내가 좀 유별나긴 하지....
알긴 아는구나..어때? 컨디션은? 배 뭉치거나 그런건 없고?
혜인이 웃으면서 그 미소로 대답을 해주자 다희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다시 누웠다. 혜인이는 두리번 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다 있었는데....선배도....장선생님도...그리고......
혜인이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선 인형 곁으로 갔다.
다시 오겠지? 널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오겠지?
그 때 혜인이의 인기척으로 할머니도 밖으로 나오셨다. 인형 앞에서 울고 있는 혜인이를 보자 마음 한구석이 아프기 시작했다.
혜인아...오빠...보고 싶은거구나....그래..얼마나 보고 싶었겠니...
걱정 말거라...네 오빠...다시는 어디 안 갈꺼다..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할머니....진짜야? 그 사람이 내 친 오빠 맞아?
그렇단다...내 새끼들...
할머니는 혜인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혜성이 사장실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사장님이 혜성을 노려보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