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수염이....난거야??

혜인이는 주하의 얼굴을 매만지다가 턱에서 손이 멈췄다.

           임마....너 때문에 내 깔끔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산적 되버렸다..

그러면서 혜인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따가워....하지마...

           음...이제 내 여자 다시 돌아왔구나...고맙다....그런 반가운 의미에서..

주하는 혜인이에게 환하게 웃어주면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니...선배.....저기 침대 있잖아....

           아니....사모님...이 침대 엄청 넒어요...같이 좀 씁시다...네??

           뭐야?? 여긴...저번에 그 병실이네??

           당연하지...너만을 위한 특특실이지.....그러니 이 침대도 특별한...음...

           자...그럼 어제 낮부터 꼬박 하루를 샜으니..자..부인..이리 오시요...

주하는 자신의 팔을 내밀고선 혜인이에게 오라고 했다.

           선배....누가 오면 어쩌려구....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하가 혜인이의 머리에 자신의 팔을 감싸고 바로 눈을 감아 버렸다. 주하의 얼굴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기에 혜인이도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하고선 주하의 얼굴만 쳐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잘 생겼니?

잠이 든 줄 알았던 주하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고 있다가 갑작스런 그의 말에 혜인이는 얼굴이 후끈거렸다.

           아니....잠 자는 줄 알았는데...그런데 우리 초롱이는??

           걱정하지마....잘 있으니깐...너도 아직 피곤하잖아..그만 자자..

주하는 혜인이를 자신쪽으로 더 끌어 당겼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여보...우리 혜인이와 초롱이는 괜찮은거요??

           네...사장님.....혜인이가 하혈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루이스가 수혈을 해줘서

           이젠 괜찮아요...그 모습 보고 저도 집에 가서 혜인이 방 좀 마무리 하고 바로

           호텔로 온 거예요....여기... 우리 초롱이 사진이예요..

그리고는 수연은 자신의 핸드폰에 담아 온 초롱이의 사진을 사장님께 보여주었다.

           이렇게 이쁠수가....우리 찬성이와는 또 다른데....

           그렇죠? 아들과 딸 차이일까요?? 너무 예뻐요...

           당신이나 나나 뻣뻣한 주하만 봐 오다가 예쁜 혜인이와 찬성이...그리고 초롱이까지..

           그리고 내 곁에 당신까지...이제 모든게 다 잘 될 것 같소..

           그러게요....우린 이제 잘 되는 것 같은데...혜인이는....아직도 힘이 들어요....

           그게 사실이오? 메이지 사장이 친엄마라는게....

           맞는 것 같은데...그게 사실이라면 더 큰일이죠....20년을 넘게 찾지 않았다면...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그 사정으로 인해 고통 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사장님은 수연을 다정스럽게 안아 주었다.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리세요....더 이상 혜인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알았다.

혜성과 현사장은 혜인이 있는 병원 로비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혜성만이 병실로 올라갔다.

           아.....

           혜인아...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아니야...나 화장실 좀...

           너 정말 괜찮은 거야? 기다려...내가 데려다 줄께...

           아니 선배....나 혼자 걸어갈 수....

혜인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주하가 혜인을 안고선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만...이제 내려줘...

           어? 어..알았어..나 여기 있을테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불러...

           아니...저기 쇼파에 등 돌리고 앉아 있어...

혜인이 창피한 듯 고개를 숙이면서 주하를 보내 버렸다. 긴장한 주하도 얼떨결에 쇼파로 가서 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혜인이 들어간 화장실쪽으로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혜인이 나오지 않자 초조해진 주하는 바로 화장실로 다가갔다.

           혜인아...너 괜찮은거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 때 혜성이 병실로 들어 오다가 그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뛰어 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아니 이 녀석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아직도...

           혜인아...너 괜찮아?

           오빠??

           그래..오빠야...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괜찮은거지?

           어...잠깐 어지러워서...뭐야..두 사람 창피하게 얼른 가서 쇼파에 앉아 있어...!!

           어? 어..그래 알았어.....

           뭐야...내가 그렇게 애타게 불러도 대답도 안하더니...오빠가 부르니깐..

           강주하...너 귀엽다..? 그런 볼멘 소리도 할 줄 알고....질투하는거야?

           정말..라이벌도 이렇게 막강한 라이벌을 곁에 두다니..너 안가냐? 일본??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동생 두고 어디 못 가지....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 쳐다 보다가 크게 웃어 버렸다. 하지만 환한 웃음의 혜성에 비해 주하의 웃음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혜인이 창백한 얼굴로 나왔다. 두 사람 역시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혜인이 곁으로 갔다.

           걸을 수 있겠어?

혜성이 말하는 순간 주하는 혜인이를 조심스럽게 안고선 침대로 갔다.

           아무래도 선생님 불러 와야 겠다.

           저 왔어요...무슨 일 있어요?? 두 사람 얼굴이...

           선생님...저 녀석이 화장실 갔다가 어지럽다고...저 얼굴 보세요..창백하니...

           괜찮을까요? 우리 혜인이? 무슨 검사라도..아님 수액이라도...

           자자...그만...두 사람 너무 오버하네요....당연히 피를 많이 봤으니 어지럽고

           하루 꼬박 새면서 아이 낳았으니 창백한거고..됐나요? 두 분이 더 정신 없게

           만드시네요...그만 진정들 하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다희의 말에 두 사람은 마지 못해 쇼파에 앉았다.

           어때...초롱이 수유 할 수 있겠니? 아직도 정상 수준은 아닌데...

           아니 괜찮아...우리 초롱이 얼른 보고 싶어...

           그래..그럼 초롱이 데리고 올께....

얼마 후 다희가 초롱이를 데리고 왔다.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초롱이를 보자 혜인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리고는 혜인이가 먹을 미역국도 도착을 했다.

           쉿...방금 우유 먹고 잠들었데...일단 엄마부터 먹자구....음...너 아직은 앉는게

           힘들건데...

           제가 뒤에서 잡아 줄께요...

주하가 침대에 앉아서 혜인이 기댈 수 있게 뒤에서 조심히 안아 주었다.

           넌 아직 손 움직이지마...먹여주는건 오빠가 해 줄께....

           아니...두 사람 너무 심하다...나 아무렇지도 않아...찬성이....

혜인은 찬성이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 입을 다물고선 주하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주하도 아무 말 없이혜인이의 어깨에 입술을 댔다.

           흠...좋겠네...뒤에는 인체공학적인 의자가 받혀 주고 앞에선 자동 손이 미역국

           먹여 주고....부럽다..한혜인...자...식기 전에 얼른 먹어...너도 힘들었잖아...

           언니..고마워...언니 덕분에 우리 초롱이 이렇게 무사하잖아...

           그만하시고....얼른 드시죠..자동 손 팔 떨어지겠네...

다희의 말에 눈길이 혜성에게로 갔다. 이미 앞에선 혜성이 조심스레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 식히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혜인이 웃어버렸다.

           오빠...나 이 정도는 할 수 있어.....뭐야..내가 아기야?

           내 눈엔 넌 언제나 보호 받아야 할 아이야...강주하의자!! 잘 들어둬...!!

           우리 혜인이 당분간 손목 사용 못하게 네가 나 없을 때 손 노릇 해야 해!!

           아니...무슨 오빠가 시어머니같아....내가 지금 이 나이에 시누이도 아니고

           시오빠 시집살이 해야 하는거야?? 이보세요...오빠씨!! 제발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나도 우리 혜인이 사랑 좀 받아 봅시다..이게 뭐야...뒤에서

           우리 혜인이 뒷모습이나 쳐다 보고 있고 누군 앞에서 얼굴 쳐다 보면서..

           의자는 네가 자청한거다...강주하...!!

셋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미역국은 다 먹게 되었다.

           배불러......이거 너무하네....이건 오빠나 선배가 먹을 양인데...

           너 하루 꼬박 굶었잖아....이 정도는 먹어 줘야 해...

           오빠랑 선배는 밥 먹은거야??

           어...그게...

두 사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머뭇거렸다.

           뭐야? 설마....나 때문에.....

           아니야....나 얼굴 봐..피곤해서...어...음....루이스...우리도 뭐 좀 먹을까?

           어..그게....

그 때 문이 열리더니 수연이 들어 왔다.

           구세주....

혜성이 수연을 보더니 나온 말이었다.

           그래...네 동생 혼자 두기 싫은 너에겐 구세주겠다.

           선배..또 그런다...어머니 오셨어요??

           그래 우리 혜인이...고생 많았다. 음...두 분도 고생 많으셨어요...

수연이 주하와 혜성을 쳐다 보면서 미소 지었다.

           여긴 내가 있을테니 주하는 호텔에 다녀 오고 루이스는 할머니께 다녀오렴..

           그 전에 이거 식당 가서 먹고 가려무나...

수연이 도시락을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

           어머니..언제 도시락까지..그럼 잠도 못 주무셨겠네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구...루이스...얼른 주하랑 가져가 먹거라..배고플텐데...

           네..감사합니다...그럼 저희는 잠시 다녀 오겠습니다...혜인아..오빠 이따 올께...

           끝까지...그만 하고 가자...루이스...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선 수연이 초롱이에게 다가갔다.

           어쩜..이렇게 자는 모습이 천사일까...? 그렇지? 혜인아...?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무슨....얼마나 예쁜데...우리 주하 막 태어나서 그 모습하고 닮았네...

           딸은 아빠 닮아야 잘 산다던데..우리 천사...아빠 닮았구나...

           찬성이는요.....?

           걱정말거라...할아버지와 어찌나 잘 맞던지...우리 찬성이도 오빠됐다니깐

           의젓하게 엄마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더구나...우리 주하는 이제 이 세상

           다 가진 느낌일거다....예쁘고 똑똑한 아내와 똑 닮은 아들..딸...그렇지?

수연은 초롱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선 혜인이에게 말만 전했다.

           아...조금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우리 초롱이가 한달이나 먼저 태어나서...

           너희 방 준비 다 끝났단다...어떻게 할래? 병원에서 좀 더 있다가 올래?

그 순간 밖에 누군가 온 인기척이 났다. 수연은 얼른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현사장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수연은 혜인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밖으로 나왔다.

           혜인이는.....이제 괜찮나요?

           네..많이 회복됬긴 한데.....

           아..네....이젠 제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서요......

           사장님도 혜인이 걱정에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고선 힘드실텐데요...

           그래서 말인데요...혜인이 이곳에서 가장 좋은 조리원에서 있게 하고 싶은데요...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요...

순간 병실 문이 열리더니 혜인이가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혜인아....

           제 이름 부르지 마세요...

           미안하다...

           제가 왜 사장님께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죠? 저에게 이렇게까지 잘 해 주실

           이유는 없는걸로 아는데요....바쁘실텐데 그만 돌아 가시죠.....

           혜인아....그러지마라...부탁이다..

           전 어머니가 절 위해 만들어 주신 따뜻한 집으로 갈테니 사장님...그런 일에

           전혀 신경 쓰실 일 없으세요...

           혜인아....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전 그런거 바란 적 없어요..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 어머니가..어머니가........

혜인이는 목이 메어 왔지만 꾹 참고 마지막까지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가 계시는...절 기다리고 계시는 집으로 간다구요....그러니.....이만....

더 이상 서 있기 조차 버거웠던 혜인이는 병실 문을 닫아버렸다. 혜인이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혔던 현사장의 가슴은 무너져 버렸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소리 조차 나오지 않은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사장님...혜인이 마음도 이해는 하시는거죠? 하지만 우리 혜인이 진짜 속마음은

           헤아려 주세요...어린 마음에....얼마나..

수연 또한 더 이상 말을 못하고선 현사장의 손만 잡아 주고 있을 뿐이었다. 문을 닫고선 혜인이는 침대로 돌아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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