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요즘 자주 본다?
퉁명스러운 말투..주하는 혜인이 오는게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연하죠..강주하 부사장님!! 전 한식 지부장이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한식지부장 자리에 앉아서 자료를 들추기 시작한 혜인 앞에 나타난 사람....
미안하지만...그 자린 잠시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혜인의 모든 것이 잠시 멈춰버렸다. 그가 곁에 오기 전까지...
오빠 왔는데...안 볼꺼야?
떨리는 손을 겨우 붙잡고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눈에선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자 얼른 두 손으로 눈을 비벼 버렸다.
왜 그래? 눈 아파?
어휴..또 시작이군...
주하는 투덜거리면서 뒤따라 온 한식 지점장과 인사를 나누면서 그들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어디 얼굴 좀 보자...내 동생....너 좀 야윈거 같은데...? 괜찮아?
의자에서 일어나 혜성 앞으로 다가 오며 애써 침착하려 미소를 보이고 있는 혜인이었다.
괜찮아...나 돼지야...아직도 살 빼야해...
무슨 소리야..!! 너!!
갑자기 혜성은 혜인이를 번쩍 안았다.
오빠...왜 이래...사람들 봐...
너 저번보다 많이 가벼워졌어....식사는 제대로 하는거 맞아?
요란스런 남매 상봉에 뒤를 돌아 보던 주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혜성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저런....부사장라는 사람이...
메이지에서도 부사장님...동생분 걱정만 하시던 분이십니다..
아니..지점장님..이건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저 동생 남편입니다..
주하는 지점장에게 격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에 지점장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식이 들어설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나머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역시 강주하 부사장...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한식 위치로 완벽해...
그런데 무슨 말이야? 지부장 자리..?
어...그게...혜인아....넌 좀 더 초롱이 돌봤으면 해...
하지만...
너에게 안주겠단 소리 아니잖아...오빤 그렇게 생각한다..초롱이에게 너와 같은
그리움 남겨주지 않았으면 해..앞으로 넌 계속 한식 맡아서 해야하는데...아직..
초롱이도 어리고..네 몸도 아직 좋아지지 않았잖아...음? 혜인아...?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에 혜인은 그저 고개를 숙여버렸다.
아..그리고 결정적인 거....넌 우리 한식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잖아...내가 매일
너에게 보고도 하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할테니깐...잘 배워두라구...알았지?
혜성이 혜인의 고개를 들더니 그 볼을 살짝 잡아 당기며 환하게 웃자 혜인도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자...그럼 가자....여긴 이제부터 우리 한식 인테리어 담당들이 알아서 할거니깐..
괜히 먼지 마시지 말고..우린 사무실로 가자...가서 처음부터 가르쳐줄테니깐..
사무실엔 이미 주하와 다른 임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주하의 눈빛이 따가웠다.
루이스 부사장님!! 제가 혹시라도 동생분 못 먹였을까봐 그리 친히 무게까지
재신겁니까? 네??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몸무게가 줄어서말입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가볍진 않았는데...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기..두 사람...여긴 사무실인데요..사적인 대화는 밖에서...
혜인이 대화에 껴들자 두 사람이 동시에 바라보았다.
흠...흠...저기 지점장님...위치는 어떠셨는지요..?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 지점장과 대화를 나눠버린 혜인이였다. 드디어 한식의 중심인 혜성도 돌아왔고 일의 속도가 점점 붙기 시작했다.
너 그냥 집에 있어라...내가 네 성격 잘 아는데..
내 성격 잘 아시는 분이...아주 끝장을 볼테니 그리 아시죠..?부사장님..!!
루이스...너 정말...책임지라구!!
주하는 원망섞인 말투로 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혜성도 걱정스런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지만 혜인의 성격을 잘 아는..아니 자신과 똑같은 성격을 말리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걱정마..오늘은 이것까지만 확인 하고 집으로 돌려보낼테니깐..
아니...그건 아니죠...루이스 부사장님...!! 일본 홋가이도 점별 매출 현황 까진..
미안..오늘은 강주하 부사장님과 할 일이 생겨서...
무슨?
비지니스!!
선배!!
여긴 호텔입니다..사모님..!!
무슨 일인데..두 사람?
이건 한식 관련된 일 아니니깐..레이더 이만 접으시구요...최실장 대기시켜놨습니다..
주하가 문을 열고선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행동에 신경을 곤두 세우던 그녀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리고 초롱이도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챙겼다.
아니..그건 놓고 가..
집에 가서 확인 할테니깐 그리 아시죠...!
혜인은 혜성이 가지고 왔던 서류더미를 잽싸게 집어 들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내가 말했지? 네 동생 못 말린다고...
꽤 볼만 했겠는데? 대학생활...혜인이 손바닥 상처 너라면서??
어??
그땐 정말 화 많이 났었는데...앞에 있었더라면...
한 대 맞았겠구나??
알긴 아는구나..
혜성이 살짝 감정이 실린듯 주하의 어깨에 손을 턱하고 올렸다. 깜짝 놀라 혜성을 바라본 주하였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우리 초롱이 백일이라던데..
빠르네..
당연하지...내가 초롱이 삼촌인데...총지배인님이 뭔가 계획 중이신 것 같던데..?
아..또 형님이 한 분 더 계셨지...놓치고 있었네...
주하는 이마에 손을 올리더니 힘겨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무슨 형님들이 이렇게 동생에게 목숨을 거시나들...?
넌 그럼 우리 혜인이 안 예쁘다는거야?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아무리 두 분 형님들이 뭐라 해도 혜인이는 내 여자라구!!
어떻게 해줄꺼야?
어? 뭘?
우리 조카 백일!!
아..맞다...혜인이가 그러던데? 우리 지금 한식으로 눈코 뗄 새 없이 바쁘니 그냥 대충...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래..너 그렇게 화 낼 줄 알았다. 당연하지...네 동생이 그러셨다구!!
한식....이제 차근차근 하면 되는거구...조카 백일은...아무래도 총지배인님을 좀..
저 말씀 이십니까..?
아..이 형님도...정말....
어느새 두 사람 곁에 지혁이 도착해 있었다.
이미 홀은 비워뒀습니다.
빠르시네요...총지배인님??
뭘요...부사장님이 느리신거죠..사장님에 비해서...
사장님이요?
10층에 자리 마련하시라고 하셨습니다.
네?? 거긴...우리 호텔 메인 홀이잖습니까...? 사장님 정말 통 크신데요?
역시 사장님..우리 혜인이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당연하죠...루이스 부사장님...삭막했던 우리 호텔 분위기를 하루 아침에 바꿔 놓은
사람이 바로 우리 혜인이인데...어찌 사장님이 혜인이를 안 예뻐하시겠어요?
그래서 제가 안심하는거죠...누구만 좀...
왜 날 쳐다 보는데? 그 눈빛은 뭐야?? 이봐...!! 혜인이 내 사람이라니깐...왜들 그래?
주하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선 열을 내면서 이야기 하자 혜성과 지혁이 웃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