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역시...한복은 여사님이 최고지...이거 한복이야? 정장이야? 혜인아?

대기실로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는 소윤의 눈은 혜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한복이든 정장이든 우리 한지부장님이 걸치면 완벽하죠....? 이팀장님?

                        원장님...저 비행기에서 추락 할 것 같아요....

마지막 머리 손질을 해주던 김원장의 흐뭇한 한 마디에 혜인은 얼굴이 붉어졌고 곁에선 소윤 역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다 됐습니다. 완벽해요...어디 봅시다..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긴장 좀 풀고 계세요..?

                        감사해요....원장님...항상....

김원장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 하지만 혜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더 고조된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

                       뭐야? 너 떨고 있는거야? 네가? 하긴 오늘 주인공은 너니깐...이해한다...

                       하지만 한혜인!! 넌 이보다 더 큰 아픔도 시련도 겪었었잖아...모든 걸.....

                       그때마다 넌 오뚝이처럼 일어섰잖아...자..그럼 웃어봐...

잔뜩 긴장해 굳어 버린 혜인의 얼굴을 들어 거울을 보게 한 소윤이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거울에 비친 친구의 미소를 보자 울렁거리던 마음도 가라앉고 심장 소리도 점차 잦아 들기 시작했고 조금씩 혜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어때? 예쁘지? 넌 그렇게 웃을 때가 제일 예뻣어..그 눈웃음 한방이면 끝이야...!

                       혜인아...이젠 그렇게 예쁘게 웃기만 하면 돼...앞으론 넌 행복할 날만 있을테니깐...

소윤의 격려에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을 무렵 혜인의 인생의 진정한 진정제 같은 지혁이 미소 지으면서 들어왔다.

                       한지부장님....축하드려요...드디어 오늘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군요...?

거울에 비치는 지혁의 미소를 바라보자 혜인도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우리 신데렐라...드디어 신발 한 짝을 찾았구나..그럼 신어야지..?

행복한 미소에 잔뜩 취하고 있을 때 주하가 반짝이는 예쁜 구두를 들고선 혜인 곁으로 다가왔다. 환한 미소 사이로 피어나는 보조개...또 다시 혜인의 심장은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가 구두를 신겨 주러 다가오자 그의 곁에선 또 다시 달콤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이 모든게 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혜인은 눈을 질끔 감아 버렸다.

                       축하한다. 내 동생...한식 한국대표이사 한혜인....

주하의 뒤를 따라 들어 온..혜인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또 한 사람..눈을 감고 있어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왕자님...환상이 깨기 전에 이번엔 얼른 눈을 떴다. 혜인의 눈 앞엔 동화 책 속에서 튀어 나온 듯 한 두 왕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혜인아! 어때? 한식 사장에도 도전 해 보는 건?

그의 한 마디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혜인의 수줍은 미소를 본 주하가 또 한 번 투덜거렸다.

                       아..정말...형님....!! 내 여자라니깐...

어느새 혜인 곁엔 그녀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들 지혁, 소윤과 무영, 은호와 다희 그리고 하진까지 모두 모여 함께 웃고 있었다.

                       축하하네...한혜인지부장!!

                       회...회장님.....

                       이거 내 손녀한테 회장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별루구만....?

                       어떻게 오셨어요? 할아버지...?

                       너만 그렇게 부르지 말고 난 내 손녀 혜인이한테 듣고 싶구나...한 번 불러보렴..

현회장은 사랑스런 손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색해 하던 혜인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감사합니다...할...아버지.....

                       고생했다. 네 덕분에 한식이 뿌리를 찾는구나....

그토록 듣고 싶던 한마디에 현회장은 혜인의 어깨를 살며시 다독였다. 순간 혜인이 울컥하더니 눈에선 눈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괜찮아.....다 괜찮아...이제...전부 다......

곁에 있던 주하가 그 눈물을 닦아 주면서 안아주었다. 혜인은 주하에게 맡기고 혜성은 현회장을 따라갔다.

                       궁금한게냐? 아님 그저 확인을 하고 싶은게냐?

                       할아버지와도 쉽게 풀었는데...어머니는 언제까지 피하시기만 할건지...

                       글쎄다....시간이 약이겠지...너도 고생 많았다. 저기 네 할머니가 왔구나...

연회장으로 향하던 현회장은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미소를 지으며 연화에게로 빠른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춰선 혜성은 그저 행복해 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 밖에...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우리 메리어트 호텔에서 오픈식을 하게 된 한식을 축하해주러 오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지혁의 간단한 인사말로 드디어 한식의 오픈식이 시작되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한식이 그 뿌리를 찾아 한혜인의 땀과 열정이 담긴 진정 한국스러운 한식으로 재탄생 되는 순간이었다. 혜인은 주하가 신겨 준 반짝이는 유리구두를 신고선 당당하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3년 후....

                       흠..유황 냄새....벗꽃도 예쁜데...?

주하와 혜인이 메이지를 찾았다. 다정스레 잡은 두 손은 이제 절대로 놓지 않을 듯 행복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고....우리 한지사장님...매년 한국에서 매출이 쑥쑥 올라가더니 드디어 지사장이

                      되셨어요....축하드립니다..역시 진정 한식의 전설이십니다..

                      안녕하셨어요? 은사장님...

짓고 있는 호텔의 마무리 때문에 혜성이 한국에 머무르게 되자 메이지 호텔은 은퇴했던 지민의 삼촌인 전총매니저가 사장직을 맡게 되었고 현사장은 한식만 관리하고 있었다.

                      현사장...한지사장 온다는 거 알면서 출장이나 가고 말이지...

                      그러니깐요..이제..안 그러셔도 되는데..

                      현사장....정연이..엄마로서의 기억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딸에겐 평생 죄인이지..음...

                      하지만 회장님 생각도 좀 해줬음 하는데..하나밖에 없는 딸이 한국에 다녀오더니 임신을

                      해서...혜성이를 낳았지...그런데 말이지...딸이 그 남자 못 잊고 그리워하더라구...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보냈더니 소식까지 끊고 지내던 딸이 몇 년 만에 홀로 돌아와선 아무것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냥 넋 놓고 바라만 볼 아버지가 어디 있겠나..? 안 그러나?

                      초롱이 아빠...? 아...초은이였지....아무튼!!

                      하지만 기억까지 지우실 필요가....휴...그러니깐 갑자기 우리 딸이 보고 싶어지는데요...

                      얼른 마무리 짓고 한국으로 돌아가렵니다...은사장님...

가장 많이 아픈건 혜인이겠지만 엉켜버린 운명에 힘들었을 현회장과 현사장을 생각하니 주하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그래야지!! 한지사장 한식 보고 끝나면 온천부터 저녁까지 완전 풀코스네..

                      이건 현사장 특별 지시야...가더래도 코스는 밟고 가시게나...

보고를 마치고선 혜인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지민을 찾아 갔다. 여전히 반갑게 맞아 주는 지민에게 뭔가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듯 혜인은 찻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혜인씨답지 않게 무슨 부탁인데 그러세요?

                      지금 우리 오빠...많이 힘들어요..잘....아시죠?? 그래서 말인데....지민씨가 오빠 곁에 있어주면.....

                      안될까요? 지민씨만큼 우리 오빠를 잘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그건......

속마음을 들켜버린 듯 당황해 하는 지민의 손을 잡은 혜인의 얼굴에 그제서야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우와...역시 일본은 온천이야...것도 노천탕...좋구나..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흠...한지사장님!!

                     이리 오시죠...!! 얼른...거리가 너무 멀잖아...아니 내가 갈까...?

노천탕에서 편하게 쉬고 있어서일까..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서일까...주하의 표정에는 근심걱정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행복한 미소만이 그를 편하게 감싸고 있을 뿐...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사랑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런게 진정한 행복이야...그렇지..? 혜인아..?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 무렵 두 사람은 따뜻한 온천탕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 보았다.

                     흠...좋군.....아마 우리 같은 부부도 없을 거야...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결혼식 한 번

                     더 할까? 어때? 혜인아?

                     그건 싫어...난 다시 태어나면 선배랑 안 살거야...

어깨에 손을 올린채 행복감에 잔뜩 젖어 있던 주하가 깜짝 놀라 몸을 틀어 혜인을 바라 보자 잔잔했던 온천물이 출렁거렸고 평온했던 주하의 가슴에도 물결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왜..?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흠...나 좀 피곤하다...

혜인은 딴청을 피우듯 말하고선 그의 따뜻한 품속으로 파고 들어가 눈을 감아 버렸다. 그제서야 그의 얼굴에도 평온이 다시 찾아 왔고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혜인을 조심스레 양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혜인을 품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긴 주하는 둘만의 추억들을 회상했다.

            자신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혜인...

                     눈물 나도록 고맙지?? 난 내 가슴 속에 너만 꽉 채워 놨어..!!

                     아무도 못 들어오게..그런데 우리..은호형과 다희씨 말대로

                     정말 천생연분인가보다 그렇지? 찬성이도 그렇고..뱃속에

                     이 아이도 그렇고..봐! 너와 난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인거야...절대로 잊지 마..알았지? 한혜인..?

            발그스레한 얼굴을 애써 감추려고 환한 미소를 짓던 혜인...

                     선배...나 정말 사춘기 소녀 같아..선배한테서 초콜렛 향이 나면...

                     그래...그게 사랑일꺼야....나도 네 향기...지금껏 간직하고 있어..

                     널 안을 때마다 너의 향기에 취해서 어쩔 땐 아찔하기도 했어...

                     자꾸 널 안고 싶고 입 맞추고 싶은 이유가 됐지..중독성이 강한..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린 지금 좀 늦었지만 연애하고 있으니깐..

           사랑스런 입맞춤에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를 짓는 한혜인...

                     아마 꼬부랑 할머니가 된 후에도 못 잊을거야..내 남자의 향기..

이제 더 이상 주하에게선 진통제...그 초콜렛 향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혜인은 처음부터 초콜렛 향이 아닌 사랑하는 남자..강주하만의 달콤한 향기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원조 한식이랄까..? 우리하고는 뭔가 좀 다른 듯 느낌이 틀려요...

노천탕에서 남아 있던 피로를 모두 씻어 버린 두 사람은 현사장이 준비한 저녁 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주하는 이것 저것 한국과는 다른 원조 한식에 대해서 예리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하지...우린 식자재를 그 나라 것만 사용하니깐 그 나라의 전통적인

                    맛이랄까...? 아무래도 그 나라의 고유 특색이 나타나겠지..음....

                    그런데 사장님...! 이 생선..괜찮은 거예요?

두 사람이 한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생선을 바라보며 속이 좋지 않은 듯 혜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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