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는 동안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한국스러우면서도 일본스러운

       자...두 분 음식 들어왔습니다..자자..식사들 하시죠...어머니...혜인씨 배고파요..

       아..미안..혜인..그럼 천천히 먹어요..

       음식들이 대단해요..음..맛도 있구요..일본에서 한식이 유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어요...한국에서도 요즘 일본 식당들 많이 볼 수 있는데..한식도..

       들어와도 될 것 같은데요..일본에 돌아가는 돈이 아니잖아요..

       혜성..너 들었지?? 한국 어때??

       무슨 소리예요?? 사장님???

       우리 부사장님이..한국에는 절대로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바람에..지금 미국

       유럽 중국에는 체인점이 있는데..한국은...절.대.로...

그렇게 말하면서 현사장은 혜성을 째려봤다.

       혜성씨...아버지 때문이군요...

혜성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말씀인데요..어머니..저 내일 혜인씨 한국 데려다 주면서 메리어트 사장님

       뵙고 올께요..

       저희 사장님을..무슨 일....

       그래...부사장님 목적이 뭔지는 잘 알겠지만...좋아요...시간 내세요...

       감사합니다..

혜인은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셋이서 식사를 한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게 최후의 만찬이라는 생각에 목이 메어왔다..눈치가 빠른 혜성 때문에 얼른 물을 마시는 척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셋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내 방이 굉장히 넓은데...혜인..내방 구경시켜줄께..이쪽으로 와..

차에서 내리자 마자 현사장은 혜성이 손을 잡을새도 없이 혜인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어머니.....

집안에 들어서자 연못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하늘엔 별들도 가득했다. 고향 집에서 보던 그 별들같았다..서울에 올라와서는 이렇게 한가로이 가득한 별들을 볼 수가 없었다..

 연못을 지나 안쪽에 자리잡은 현사장의 방으로 들어갔다..이곳은 입구에서부터 봐왔던 일본식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방문을 에워싼 한지부터 바닥도 다다미가 아닌 황토로.. 발라진 벽도 황토벽지였다..한눈에 보더라도 한국의 한지 공예사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한지 공예 작품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 중엔 닥종이 인형들도 많이 보였다...혜인이 작품들에 관심을 보이자 사장이 말했다..

      이쁘지?? 이거 다 내가 만든거야...사랑스럽지??

그 중에서 꼬마 여자 아이가 색동 저고리에 핑크색 치마를 입고 있는 인형이 보였다..

      내가 제일 예뻐하는 아이야...예쁘지?

      귀여워요....저도 아이 낳으면 저렇게 한복 사주고 싶어요....

      내가 사줄께...

너무나도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해서 더이상 혜인이도 말을 못했다..

      자..선물....

현사장이 그 인형을 혜인이 손에 들려주면서 말했다..

     어머니...

혜성이 놀라서 현사장을 불렀다..

      왜 그러니..혜인이 놀라잖아...

     그..아이...아니예요...어미니 이제 그만 쉬세요..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요..그러다 또

     쓰러지시면..안돼요...제가 자리 펴드릴께요...목욕하고 오세요.

     네..네..아들님...

그렇게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현사장은 욕실로 갔다..

     저..이 인형 사장님께 중요한 거죠?

현사장의 자리를 펴고 있는 혜성에게 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아이...어쩜 저보다 더 사랑하셨을지도 몰라요..혜인씨가 들으면 좀

     웃길지도 모르지만..가끔 질투도 났었죠..어린 마음에...

     그럼 이 아이..나이가...

     24살쯤....

     세상에....그런데 이렇게 어제 만든 것 같은...

     어머니가 심하게 아프셨었죠....그렇게 아프시다 나으신 후 처음 만든 아이예요..

     그렇게 소중한 아이를 저에게 주신다구요?? 저 못받아요...그럴 수 없죠.

     받으세요..어머니도 혜인씨가 무척 좋으시나봐요..이렇게 행동하시는 모습

     처음이예요..마치 어린 아이같은...역시 혜인씨는 천사예요..천사...회장님도

     보셨으면 참 좋아하셨을건데....지금 편찮으셔서 요양중이세요...자 그럼

     현회장님 잠자리도 다 준비됐고 주무시라고 우린 이만...

     하지만 전 이아이 못 받아요...이렇게 관리도 못하구요..

     받으세요..저에게도 작품 하나 안 주신 분인데...현사장님 화내세요..무서워요..

혜성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혜인은 웃음이 나와 버렸다...그렇게 혜인은 방으로 돌아왔다.

 좀 전 부터 몸이 좀 무겁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몸이 뜨거워지는것 같았다..여전히 혜인의 목욕물을 받고 있는 혜성이었다... 혜인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목욕을 하고 나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곤 목욕을 했다..그리곤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자는 동안 머리가 너무나 무겁고 뜨거워서 눈을 떳다.

눈 앞엔 아빠가 있었다..

      아빠....

혜인이는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서 아빠를 와락 껴안았다..아빠도 혜인이를 꼬옥 안아주었다...하지만 머리가 너무나 무거워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다시 눈을 뜨자 혜성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아빠..우리 아빠 어디 갔어요??

     미안해요..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이렇게 아플때까지 놔두다니...미안해요...

팔에는 이미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다..혜성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제서야 정신이 좀 든 혜인이었다..

    아...혜성씨였구나...우리 아빠랑 많이 닮았어요...너무나...

    왜 말 안했어요?? 많이 아팠을거면서...배속에 아이 걱정은 안했어요?? 무슨 엄마가 그래요??

    이래서야 내가 맘 편히 혜인씨 보내겠어요?? 왜 혼자 끙끙거려요...저는 뭐예요?

    미안해요....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죠..괜히 저 때문에...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나에게 혜인씨가 어떤 존재인데..저 너무 속상해요,,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저 혜인씨 비행기 못 태워요...미안하지만 우리 며칠만

    더 있다가 가요..이러다 아이까지 잘못 되면..안돼요..이번만큼은 제말 좀 들어요..

너무나도 간절하고 단호한 혜성의 말에 혜인이도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한편 한국에선...

    다희씨..혜인씨 어디다 숨긴거예요??

다희가 아무 말도 없이 일 하는척 하자 은호는 슬슬 화가 나기시작했다..

    서다희!

그 말에 화들짝 놀란 다희가 벌떡 일어섰다...

     왜 장은호?? 정말..왜그래?? 내가 혜인이 못 보낼데라도 보낸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 온거야??

     그러니까..어디 있냐구....

     지금 혜인이 최대한 안정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안했어요??지금 부사장님

     큰 일 이라면서..혜인이가 이 사실 알면 안정 되겠어요 아니면 화들짝

     놀라서 미국 간다고 난리 치겠어요??말해봐 장샘...

그 말에 더이상 대꾸도 못하고 멍 하니 서있었다..그때 전화가 울렸다...

     아휴,,,정말 이번엔 총지배인님이시네..하루에 한번씩....애인은

     데이트 시간은 없어도 혜인이 찾으러 월차까지 내고 오시고..

     오빠는 브레이크 타임만 되면 전화하고..내가 미쳐 미쳐..

     -네..네..총지배인님....그럼요..걱정마세요..잘 있어요..네..네...

      그런데 부사장님은 언제쯤 오시나요?? 아직도 기약이 없어요??

      네..그럼요...날마다 체크 하고 있어요..걱정마세요..네-

     그런데 정말 큰일 난건가요?? 장 부사장님?? 같은 업계 소속으로

     소문은 켜졌을 것 같은데....어떻게 된건가요??장.부.사.장.님???

     아직 소문은 크게 안났지만..미국쪽에선 좀 심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이러는 것 같구요..

      그..그레이스..그쪽에서 주식 빼가려는 속셈 아닌가요??? 난 자꾸

      그런거 같은데.....

      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메리어트쪽에서도 의심을 그렇게 하곤 있죠.

      아휴 얼른 마무리가 잘 되어야 할텐데...그럼 우린 가보실까요???

다희가 흰가운을 벗고 가방을 챙겨서 은호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근무시간 아닌가요?

      아니 애인이 친히 직장까지 찾아왔는데 데이트는 해드려야죠..

다희의 그 말에 은호는 이마에 손을 올리면서 웃었다...

      이소윤...어디 가니?? 거기서..

     사장님이 우울해하시잖아...찬성이 데리러 간다..손주 보시면서

     기분 좀 푸시라고...그래 니가 운전해라 나 기분 우울하니깐..

소윤이가 차 키를 무영이에게 던지면서 말했다..그렇게 할머니에게 잘 말씀 드리고는 찬성이를 호텔로 데리고 왔다..그리고는 바로 사장실로 직행했다..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찬성이가 들어왔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정확하게 불렀다...할아버지라고....

    찬성아...어떻게 온거니??

    아..사장님...우리 찬성이 예뻐해주셔서...바쁘신데 저희가 실례를 했는지요..??

    아...한팀장 식구들이군..아니..아니..지금은 괜찮네...

    그럼 저희는 한시간 후에 찬성이 데리러 오겠습니다...

    아니...저녁까지 먹이고 싶은데....그래도 되려나???

    아..네...물론입니다.....찬성아 사장님..아니 할아버지와 저녁 먹을래??

    네...!!!

    저희 찬성이 예뻐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음...한팀장은 어떤가??? 아직도 많이 안 좋은건가??

    아 네..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출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소윤이 말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야..너 사장님 앞에서 거짓말 너무 잘한다??

    그럼 안 그래도 뒤숭숭하신데...거기다 요양중입니다...그러니??

   하긴...그렇구나..그러나 저러나 언제까지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

   글쎄...그건 한팀장 오시면 물어보세요....너 그 미국 로펌 친구..알아 보는거야??

   그래...아무래도 냄새가 난다구..냄새가....

   그레이스 말이지?? 요즘 뜸하지? 너무 조용해....??

한편 미국에선....

    오빠??

    민아야..여긴 무슨 일로??

    주하씨....

승희의 얼굴을 보자 주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 한가하게 놀러다니라고 너에게 부장 자리 준거 아니다..어서 돌아가..

    오빠...너무 걱정되서 와 본건데..너무해..오빠....

    그래요..저희가 무슨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온건데 너무 하시네요...

    우리 호텔이 어떻게 쓰러지는지 직접 보러 오신건가요??

    주하씨..너무 하세요...

    당신 얼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까 한국으로 돌아가시던지 아님 다른 호텔로

    가세요...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오빠..우리 호텔 놔두고 어디로 간다구?? 정말 이러기야?? 그레이스에서 도와주러

    여기까지 왔는데..오빤 정말..

    성민아..너까지 그레이스로 주식 넘긴거니??

    아..아니야..무슨 소리야..주식이라니??

    너...! 강이사님과 너 그리고 그레이스..당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지만....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메리어트가 아니란건만 기억해....

    주하씨 너무 당당한거 아닌가요?? 지금 자금이 많이 부족할건데..당신 지분이라도

    내놔야 할 것 같은데.....우리가 무슨 일을 꾸민다는건지..증거 있나요? 정말 불쾌해요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려고 온 우리에게 어떻게 이렇게 큰소리만 내는건지....민아야

   나 이만 돌아갈래...

    내 지분이 탐나신거군요?? 그렇게 쉽게 목적 달성이 이루어지진 않을겁니다...

    그레이스 백화점의 이승희씨....더 원하시는거라도?? 아...경영권....사장님 지분까지...

    그리곤 강 이사님과 성민아에게 돌아가는건?? 성민아.. 똑똑히 들어둬..그레이스에서

    너와 네 어머니를 어떻게 대우해 줄지..토사구팽이란 말 들어봤니? 기억해둬라....

    아...그럴 경우의 수는 없구나...하지만 이런 경우의 수는 있지...그레이스에게 이용당하고

    메리어트에선 쫓겨나고....후자를 기억하하구...성민아...이만 당신들 보고 있기 힘드니

    우리 호텔에서 나가주시죠....

그리고는 문을 열어 주며 밖으로 손을 뻣혔다..김승희는 주하를 한번 노려보고 나갔고 민아는 주하를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이 나가자 주하는 문을 쾅하고 닫아 버렸다..그 소리에 두사람은 깜짝 놀랐다...

     승희야..나 불안해...

     너..지금 무슨 소리야?? 불안하다니..뭐가?

     정말 너희 아빠가..

     성민아..불쾌하다..너..우리 아빠가 무슨 일을..

     아니라면...우리 오빠 예리함은 너도 잘 알잖아..함부로 장담같은건 절대로 안하는....

     그래서..뭘 어쩌라는 거야?? 여기까지 왔으니깐..난 좀 쉬다 갈래..넌??

     난..나도 오래간만에 친구들 좀 만나고 갈까??

그렇게 3일이 지나자 혜인은 어느정도 컨디션을 되찾았다..혜성의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두 사람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너무 춥지 않아요?? 에어컨 바람 많이 마시면 안좋아요....자 여기 담요..

     아니...임신하면 많이 더워요...전 좀 시원하게...

그때 스튜디어스가 다가와서 물었다..

    더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너무 다정한 부부같으세요....행복하세요....

두사람은 쳐다보면서 웃었다...가는 동안 내내 혜성은 혜인의 머리를 만져보고 손이 차가운 듯 싶으면 얼른 담요로 덮어주고 다시 따뜻해지면 담요를 걷어주길 반복했다...혜인은 그동안 잠이 들었었다..혜성은 자는 동안 끊임없이 혜인을 체크하고 있었다...그러다 잠깐 잠이 들었다..그러다 혜인이 기침을 하는 소리에 얼른 일어났다..깜짝 놀라는 바람에 그 소리에 혜인도 깨어났다...

      제 기침 소리에 놀라신거예요?? 저 괜찮아요..누가 보면 정말 저 환자인 줄 알겠어요...

      저한테는 언제나 5살 꼬마 아가씨 같아요....

      너무하세요..우리 아들이 4살인데...

혜성이 혜인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에어컨 바람에 좀 추웠는데 혜성의 손은 참 따뜻했다...그렇게 시간을보내는 동안 착륙시간이 다가왔다...

       어때요?? 컨디션.. 멀미 나진 않겠어요?? 속 안좋으면 이야기 해요..꼭...

       괜찮아요...제발 저 5살 아니예요...

비행기 뒷바퀴가 지상에 닿자 혜성은 혜인의 손을 꽉 잡아주면서 혜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약간 속이 안좋은 듯 인상을 한번 쓰더니 다시 평온해지자 혜성 역시 안심을 헀다..그렇게 다시 혜인은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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